내가 부천에서 서울로 이사하기 전 학습지를 잠시 그만두고 쉬는 중에 보험회사에 다닌 적이 있었다. 먹고살 길은 막막하고, 무슨 일이라도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사실 오래전에도 친구 어머님의 권유로 설계사 시험을 본 적이 있다. 시험을 보면 십만 원을 주신다는 말에 시험을 봤고, 합격이 되니까 자격증이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하란 말에 출근해서 남대문 시장으로 개척을 따라 나갔다. 장사하시는 분들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들락거리는 영업사원이 귀찮고 짜증이 났을 테고, 당연히 내가 처음 나온 사람인지, 큰 대문자 I형 소심 좌 인지는 상관없이 냉대와 무시로 나를 대했고, 상인들의 태도에 당황하고 자존심이 상한 어린 철딱서니 아가씨는 시장 한복판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그리고, 다시는 보험회사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내게 보험 설계사는 그렇게 무시당하는 직업이었다. 잠깐 겪었던 수치심이 잔뜩 편견을 갖게 되어서인지 막상 일하겠다고 나섰어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 있었다.
예상대로 나는 일을 더럽게 못 했다. 보험상품을 소개하면서 생각나는 지인의 이름을 적어보라고 하는데, 나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나름 가깝다고 생각한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품을 설계해 보려고 주민번호를 물었다.
“네가 내 주민번호를 알아서 뭘 하려고? 내 뒷조사하게? 어디서 그런 이상한 일은 한다고 당장 때려치워!”
친한 친구나 지인에게 한 전화도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일 너랑 안 맞아! 네가 무슨 영업이야? 넌 못 해!”
“야! 야! 하던 일이나 해! 보험 아무나 하는 줄 아냐?”
‘내가 세상을 이렇게밖에 못 살았나? 아니지, 나한테 이렇게 냉정하게 굴던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내 사정이 이렇게 변하니까 사람들이 달라지는구나!’
나는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내가 얼마나 부모와 남편 그늘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을 살았었는지 철없던 내 지난날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말했어도 내가 그냥 죽겠다고 사정하고 부탁하면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모른 척하진 않았겠지만, 오랜만에 찾아가서 보험 들어달라고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하게 느껴져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걱정이랍시고 하는 생각지도 못한 핀잔과 비아냥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섭섭하고 속상한 마음에 아는 사람 누구에게도 다시는 전화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상품 소개가 담긴 전단을 들고 동네 식당과 미용실 슈퍼 등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오래전 남대문 시장 한복판에서 주저앉아 울던 어린 아가씨는 이제 없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돈 한 푼 못 벌고, 내 보험, 아빠 보험, 아들 보험, 이혼한 남편 보험들을 들어가면서 내 돈을 들이며, 술을 먹어도 개척 나갔던 음식점으로 가서 먹고, 머리를 해도 전단을 들고나갔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했다.
그렇게 나도 단골이 되니, 그분들이 하나둘씩 이런저런 질문하면서 작은 상품부터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작지만 내가 새롭게 개척해서 고객이 생겼고, 내가 살던 곳, 근처에 있는 연탄집 사장 언니와 제법 친해졌다. 언니가 길 건너 동네에 연탄집 2호점을 내면서 나에게 2호점 사장님을 소개해 줬고, 그 사장님 가게 화재보험을 들면서 그 집 주방일을 봐주시는 언니를 또 소개받았다. 주방 언니를 만나려고 또 열심히 2호점으로 매일 저녁 출근 도장을 찍고 인사를 하려고 애를 썼지만, 항상 바쁘게 일하는 중이라서 상담은 힘들었다. 나는 주방 언니에게 필요한 상품이 있는지 묻고, 다음날 오전에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나왔다.
암보험이 필요하다는 소리에 아침 일찍부터 생년월일로 가 계약서를 몇 가지 만들어 준비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리면서 네 가지 정도의 계획안을 만들어 가방에 넣고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고객보다 먼저 도착해서 미리 자리를 세팅하고, 음료를 어디에 놓고 여기쯤 설명을 하고 나면 고객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그에 맞는 고객의 예상질문을 나름 정리해서 적절한 답변을 생각해 두고서야 안심을 하고 출입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작은 키를 조금 더 커 보이게 하려는 듯, 부스스하게 탈색으로 푸석해진 긴 머리를 반짝이는 큐빅이 잔뜩 박힌 큰 집게 핀으로 반만 틀어 머리가 하나쯤은 더 있어 보이는 머리에 문신이 오래돼서 회색으로 변한 눈썹에 입을 한껏 모아 담배 연기 꾀나 쪽 빨았는지 입 주변의 자글자글한 주름 밑으로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오십 대 중반쯤의 여자분이 커피숍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주방에서 들렸던 허스키하고 걸쭉했던 목소리에서 느껴졌던 그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여성분의 등장에, 단번에 ‘아! 저분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그분은 내 예상과 달리 몇 없는 손님들 중 혼자 앉은 건 나뿐인데도, 나를 바라보지 않고, 다른 테이블이나 내 주변만 두리번거리면서 커피숍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잘 못 생각한 건가?’ 하며 일어나려다가 엉거주춤 다시 앉으며 저분이 어디에 앉으려나 보려는데, 역시나 내 앞으로 와 섰다. 그러고 나서도 그녀는 내가 아닌 옆 테이블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자신 없게 고객의 성함을 말하면서 확인을 했고, 나를 쳐다보지 않는 그분은 나의 불 확신에 확신을 주듯 빠르게 대답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도 나를 향하는 게 아니라 옆 테이블을 바라보고 앉은 그녀를 보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시이신가?’
나는 애써 마음의 평정을 찾고, 차를 시켰고, 센스 있는 커피숍 사장님께서 나오면 가져다주신다는 말에 바로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 빨리 들어가셔서 출근 준비하셔야 할 테니,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도록 할게요.”
나는 준비한 대로 열심히 가입설계서를 꺼내 설명을 하고, 보상내용을 비교해 줘 가며 입에 단내가 나도록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질문도 안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지를 않으니 내 말을 듣고 있는 건지 옆을 보고 딴짓을 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행동에 급기야 나도 도통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저기, 근데요, 조유미 고객님! 초면에 실례인 줄 알지만, 도통 저를 보고 계시질 않으셔서, 제 설계가 맘에 드시는지, 뭐가 궁금하신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저를 안 쳐다보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그녀는 그제야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
“사실대로 말해도 될까요?”
“네! 그럼요.”
고객은 나를 한 번 쳐다보고 눈을 굴려 또 내 얼굴을 중심으로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다짐을 받았다.
“나중에 나한테 무섭다고 원망하기 없기예요?”
“네, 알겠어요. 원망 안 할게요. 왜 저를 똑바로 못 보고 계신 건데요?”
“JINI 씨 곁에 눈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어딜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네? 눈이 많다니요?”
“JINI 씨가 얼마나 많은 영가를 달고 다니는지···”
그녀는 또 한 번 내 눈이 아닌 내 주변을 훑어보며 말했다.
“여자가 둘에 남자가 하나, 그 셋이 제일 잘 보이고, 그 뒤로도 희미하지만 아주 덕지덕지 붙어있어! 어디서 그런 것들을 그렇게 끌어들였어?”
나는 여자 둘에 남자 하나 소리에 요즘 집에서 보이는 맨날 잠자리만 하려는 가위눌림의 주범인 남자 귀신과 그 남자를 돕는 낄낄 여자 귀신 둘이 생각나서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한참을 조용히 누군가의 얘길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내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 장난질하는 영가 셋은 JINI 씨가 원래 달고 있던 귀신은 아니네! 누가 아주 정성 들여서 JINI 씨한테 보냈어! 걔들은 재미 다 보기 전엔 안 떨어질 것 같고, 원래 있던 영가들은 그래도 엄마가 엄청 지켜주고 있어서 뭔 짓은 못 하고 있긴 하네!”
나는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이 언니 뭐지? 사기꾼인가?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거지?’ 그러면서 원초적인 의문이 생겼다.
“언니, 근데, 언니는 그런 게 어떻게 보여요?”
“자기도 가끔 보이지 않아? 영이 맑은 걸 보니 보일 텐데?”
나는 시치미를 뗐다.
“아니요, 제가 무당도 아니고 그런 게 보일리가요?”
“뭐, JINI씨도 엄마 아니었음 평범하겐 못 살았을 수도 있겠는데? 점집 같은 데 가지 말란 말 많이 듣지 않았어? 아님 신을 모시라던가?”
“아니요? 처음 들어봤어요.”
사실 거짓말이었다. 어려서부터 꿈도 잘 꾸고 예감도 잘 맞던 나는 초등학교 때 집에 시주받으러 오신 스님으로부터 잘 키우면 큰일 할 친구고, 잘 못 키우면 무당 팔자인 친구라며 복을 많이 빌어주라고 했다는 얘길 엄마에게 쭉 들었던 터였다. 그 뒤에도 한두 번 정도 이모를 따라간 사주 집 점집에서 사주를 배워보라는 얘기도 들었고, 점집 드나들면 잡귀 꼬이게 생겼다는 얘기도 들어봤으며 더 큰 신을 모신 애가 뭐 하러 여길 왔냐는 얘기도 들어봤었던 터였다. 하지만, 나는 유치원 때부터 글 배우고, 사회관계 형성하는 것을 배우는 시기부터 하느님을 마음에 두고 살았던 사람이었기에 그냥 그런 사람들이 노상 하는 얘기쯤으로 치부해 버리곤 했었다.
“아무튼, 나는 신빨 떨어져서 눌림 굿하고 이젠 무당짓은 안 하는데, 자기처럼 가끔 이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 아주 귀신들이랑 잘 못 눈 마주치면 지 얘기들 해 대는 통에 웬만하면 눈 안 마주치려고 하다 보니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 몰라서 JINI 씨를 제대로 못 쳐다봤지 뭐!”
나는 나도 모르게 ‘픽’하고 웃었다. 그게 자기 말을 믿지 않는다고 느껴졌는지 자세를 고쳐 앉고 나를 더 자세히 뚫어지게 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쯧쯧쯧···, 엄마가 배고파 돌아가셨구먼? 어디 절에다가 제사 잘 지내달라고 모셔! 배곯지 않으시게, 자기 이만하길 엄마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 줄 알아? 배고파서 힘도 못 쓰고 있으시네!”
“울 엄마도 천주교 신자인데, 어떻게 절에 모셔요? 그리고, 제가 꼬박꼬박 제사 잘 지내고 있어요.”
나는 계속 무당이었다던 그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나를 또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약간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이긍! 엄마가 자길 못 믿겠데···. 뭘 맨날 끝까지 하는 꼴을 못 봤다면서···”
컥!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그만 턱! 걸려 모든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엄마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웠지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건 뭐든 시켜주셨었다. 우리 집이 정말 찢어지게 가난해서 엄마는 몇십 년을 팬티 두 장으로 버티셨어도 나는 피아노도 배웠고, 주산도 배웠고, 수영도 배웠으며, 기타도 배우고 옷도 메이커로 항상 새 옷만 입었고, 그 당시 흔치 않았던 마론인형도 갖고 있었고, 인형 옷에 구두 주방 세트까지 다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피아노는 4개월을 다니고 체르니 100번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그만뒀고, 주산학원도 주판으로 스케이트만 타다 그만뒀다. 수영은 선수반을 가야 했지만, 돈이 없어 지원을 못 해주자 아예 때려치웠고, 기타도 한 달 다니다 말았다. 인형은 하루 만에 잃어버렸고, 주방세트는 온 동네 아이들에게 다 나눠줬다. 그래서 엄마가 늘 하던 말이 “넌 뭘 맨날 끝까지 하는 꼴을 못 봤어!”였다.
그 말을 듣고 나의 태도는 바로 바뀌었다.
“아녜요. 꼭 끝까지 내가 엄마 제사 지낼 거예요. 그리고, 성당에서도 연미사 때 엄마를 위해서 돈도 넣고, 명절 때는 합동미사도 지내요. 절에서만 하는 게 아녜요. 성당에서도 하늘에 계신 영혼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하느님께 우리 엄마 영혼이 그곳에서 편하게 해 달라고 기도 한다고요”
“그래! 그렇게라도 해! 자기가 그 큰 신을 모시고 있어서 귀신들이 못 건드리는 거구만! 성당 열심히 다니고 기도 많이 해!”
“근데, 제 주변에 왜 귀신들이 이렇게 많아요?”
“조상이 죄가 많대. 무슨 죄인지 몰라도 사람이 많이 죽었어! 억울하게···. 조상이 쌓은 업은 자식들한테 가는 법이거든! 자기가 가진 능력에 비해 일이 항상 안 되는 것도 조상이 죄가 많아 그래! 그걸 엄마가 지금 열심히 방어하고 있는데, 힘이 많이 부족해! 그러니 자기가 착하게 살고, 기도도 많이 하고 그렇게 살아!”
‘내 조상이 망나니였나? 혹시 친일파였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죄를 내가 왜 받아야 해?’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곧 내가 퍼부었던 저주가 생각났다.
남편의 상간녀가 평소 알고 지내던 언니였기에 나는 속상한 마음으로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언니! 언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간통을 저지른 언니는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마치 주어진 대사를 말하듯 드라마에서 들었던 익숙한 대사를 읊었다.
“네가 네 남편 간수를 못했으면서 왜 내 탓을 하니?”
“언니! 언니도 딸이 둘이나 있으면서, 어떻게 남의 가정을 이렇게 만들 수 있어요? 언니 딸들도 똑같이 당할 테니 두고 봐요! 언니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랐으니 그렇게 당하건, 그렇게 만들건 똑같이 살걸요?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을 테니 두고 봅시다.”
내가 분하다고 아무 죄도 없는 언니의 딸들을 저주했던 일이 떠올랐다.
'아! 분하고 억울하면 그 자식이 죄를 받을 만하겠구나!"
정말 우리 조상이 죄가 많다면 그 피해자인 영가들에게 내가 죄를 받아야 할 이유는 충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원한이 나에게서 끝나준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이겠는가! 싶어지기도 했다.
나도 이젠 그들을 용서해야 하지 않을까? 많이 억울하고 속상하지만 지난 일이니까 이젠 아들도 나도 그럭저럭 많이 평온해진 듯하니까 그간의 힘들고 아파서 곧 죽을 것 같았던 일도 이제모두 옛일이 되어버렸다. 올 것 같지 않았던 이런 평온한 순간이 결국 왔구나! 새삼 그 지난했던 시간들이 찰나처럼 금세 지난 것 같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 무당이셨던 고객언니는 나를 한참 상담해 주고는 내가 짜온 설계서 대로 보험을 가입했다.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그리고, 군인인 아들도 소개해 주었다. 결국 그 언니와도 친해져서 한참 연락을 하고 지냈었는데, 언니도 식당을 그만두고, 나도 서울로 이사 오면서 연락이 뜸해지다가 이젠 어찌 지내고 계신지도 모른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던 이유를 얘기하면서 내 어깨에 달린 귀신 얘길 할 땐 거짓말 같이 느끼면서도 엄마 얘길 할 땐 참 신기한 경험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어깨가 유난히 아프면 혼자 농담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아이고, 어깨 아파 죽겠으니까 좀 내려와 있어요. 한 분씩만 올라가 있던가..."
그땐 상상도 못 했고 시간이 한 참 걸리기는 했지만, 용서라는 것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내 안에 주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에, 누구보다 든든한 주인을 섬긴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자신감도 생겼던 날이었다.
또, 진짜 조상이 죄가 많다면 나로부터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가 늘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도 외로움 속에 또 외롭지 않은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다음 나의 행보는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 설계사일을 하면서도 좋은 보험은 지켜주고, 나쁜 보험은 해지해서 타 회사를 연결해 주는 등 돈 버는 일과는 멀게 일을 하고 다니다 보니, 결국 빚만 산더미처럼 쌓여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그 집을 팔아야만 했다.
왜 그랬는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그 집을 그래도 은행에 넘기지 않고, 헐값이지만 내 의지로 팔고 나서, 암울한 기운이 서서히 걷히는지 서울에서도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이사 갈 기회가 생겼다. 또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그 집을 팔고, 이혼하며 받은 돈과 집을 팔고 아주 조금 남은 돈을 전부 털어내고 나니, 나에게 더 이상 귀신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 집을 사게 되면서 닥쳤던 많은 불행과 신기한 일들은 모두 꿈처럼 아련했기에 나는 내 주변에 영가들이 다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럭저럭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다.
작가의 말
뭐든 내가 듣고 싶은 데로 들리고, 보고 싶은 데로 보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믿지 않고,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게 아니면 쉽게 믿지 않는 제게 깨달음을 주시려고 잠깐 영안(靈眼)을 트이게 하셨던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가 보고 듣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란다.’ 경험하게 하시려고 말이죠!^^
제게 일어났던 모든 일이 당시엔 힘들고 무서웠지만, 지금은 그조차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 영가들도 빨리 평안을 찾아 자신들이 가야 할 곳으로 갔으면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죠! 그 영혼의 한을 나의 이야기에서라도 풀어서 그 이야기에서 만이라도 한을 풀고 좋은 곳으로 가는 영가가 되게 해 주고 싶어서 말이죠.
제가 아직 얘기를 맛깔나게 쓰는 실력이 부족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족족 까이긴 했지만,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제 이야기들에 꼭 지금처럼 '좋아요!' 많이들 눌러주시기를 바라며 오늘 이야기는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주는 이번 무서운 이야기 해주는 언니의 열두 번째 이야기 <설명하기 힘든 일들 1>입니다. 기억도 희미한 다섯 살 그리고, 여덟 살 때 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와 친구 언니와 친구가 겪었던 신기하고 무서운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많이 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