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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LIm Nov 23. 2024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오름

02. 모지오름

모지오름은 제주도 동쪽 성읍리 민속마을 인근에 있다. 오름이 어머니가 아이를 껴안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모자 (母子) 오름이라고 불린다. 이 오름은 주변 풍경은 볼만하지만, 큰 도로에서 떨어져 있고, 오름입구를 찾아 들어가는 길도 좋지 않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


2차선 아스팔트 도로인 번영로(성읍 2리 입구 교차로)에서 승용차 한 대 정도 겨우 다닐 수 있는 시멘트 길을 따라 1.6km 정도 들어가야 오름입구가 나온다. 길 양옆에서 삐져나온 가시덩굴에 승용차 외부를 긁히지 않도록 조심조심 운전하여야 한다. 

주) 시멘트길에서 바라본 모지오름


가끔은 깊게 페인 시멘트길도 만나게 된다. 비가 많이 내린 날에는 웅덩이에 고인 물이 승용차 바퀴의 2분에 1 정도를 덮는다. 흙탕물이고, 진흙도 달라붙는다. 차량 바닥이 진흙과 맞닿는 듯 소리까지 들린다. 되돌아가려 해도 차를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이러한 곳이 또 하나 등장한다. 이곳을 찾아온 것을 후회가 된다. 오름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 분화구가 각각 특색 있고, 우거진 숲이나 억새밭을 걷는 즐거움에 후회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이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면, 해당 오름을 찾는 것이 싫어진다.

주) 오름 산책로


탐방로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두세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길 양옆으로 억새가 자라고 있어 가을정취가 난다. 억새 너머로 중간산 지대 오름군도 보여 뷰가 좋다. 오름 정상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오름 능선길이 평평하다.

주) 오름 능선길의 억새
주) 오름 능선길에서 바라다 보이는 오름군


능선길이 끝나는 곳에는 100평 정도의 숲으로 둘러싸인 풀밭이 있다. 그 가운데 삼나무 한그루가 우뚝 솟아있다.  초지 위에 있어 유독 돋보인다. 때마침 나무 위로 해가 솟아오른다. 마치 커다란 등대가 숲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것 같다.



그곳을 건너 반대편 산책로에 접어들었다. 사람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흔적만 있는 숲길이다. 완만하게 경사진 길이  300m 이상 이어진다. 그리고는 어느 지점에선가 끊긴다. 주변을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사람 다닌 흔적을 찾기 어렵다. 삼나무 숲이라 잡목이나 풀이 없어 무작정 내려가본다. 그런데 웬걸 커다란 풀밭이 나온다. 어른 허리만큼 자란 풀이 가득한 곳이다. 길도 없다. 아니 길은 있었던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다. 풀밭을 헤치고 앞으로 나간다. 길이 없다.  

주) 산책로 하단 억새


그래서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마음먹게 된다. 삼나무 숲을 건너, 경사진 산책길을 지나 오름 정상에 도달한다. 반갑고 기쁘다. 이젠 평평한 산책길이다. 오름을 다녀온 후  살펴보니 차량외부는 보일락 말락 실금이 생겼고, 흙탕물 투성이다. 

주) 오름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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