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민대가리오름
민대가리는 나무 없이 풀과 잔디로만 이루어진 민둥산이라는 데에서 유래했단다. 한라산의 대표적인 등산코스 중 하나에 해당하는 어리목코스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해발 1,600m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만세동산을 따라 길게 늘어선 민대가리오름은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대평원을 연상케 할 만큼 빼어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연두색 조릿대가 평원을 뒤덮고,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구상나무는 숲을 만들며, 웅장한 백록담은 커다란 옹벽을 만들었다.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멋진 풍경이다.
민대가리오름 능선에는 구상나무와 주목 군락지가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조그마한 숲이 듬성듬성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드러나 보여 멋지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고목이다. 한라산 고산지대에서 모진 풍파를 견디어 내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앙상한 뼈대만 남기고 고사한 구상나무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도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데 위안을 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