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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LIm Oct 14. 2024

바다풍경이 멋진 오름

01. 지미봉


성산일출봉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세화포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종달 해변 인근에 높다란 오름이 보인다. 제주도 동쪽 땅끝에 있는 봉우리라는 의미의 지미봉이다. 맑은 날 바다 방면에서 바라보면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사이에 떠있는 아담한 섬처럼 보인다. 보면 볼수록 제주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린다.

주) 08.29. 하도 어촌체험마을에서 바라본 지미봉
주) 08.29. 하도 어촌체험마을에서 바라본 지미봉


지미봉은 해안도로 옆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또한, 성산일출봉, 우도, 한라산 동쪽의 유명오름, 제주바다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지미봉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오름입구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으면서 찾아가더라도 오름입구 주변에서 한참을 헤매곤 한다. 입구가 제주 전통집들 사이에 있어 대부분은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겠지!'라며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다. 

주) 두문포항에서 바라본 지미봉


오름 정상은 종달 해변이나 하도 해수욕장 방면에서 올라갈 수 있다. 오름 산책로가 제주올레길 21코스이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대부분은 올레길을 걷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 방향으로 올라 간 후 다른 쪽 방향으로 내려온다. 종달 해변에서 올라가는 산책로는 상대적으로 급경사이다. 산책로도 만만치 않게 길다. 그래서 사람들이 놀멍쉬멍(놀면서 쉬면서) 올라갈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나무의자를 비치해 두고 있다.


정상에 다가서면 산책로 옆에 올레 간새(느릿느릿 걷는 게으른 조랑말, 제주방언)가 세워져 있다. 간새는 올레길 시작점, 중간 점 및 종착점을 알려주기 위해 말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곳 지미봉이 올레길 21코스 중간지점이라는 표식이다. 참고로 올레길 26개 코스에 설치된 모든 간새에서 스탬프를 찍어 제주올레센터에 제출하면 완주증과 메달을 준다. 


오름 정상에 오르면 전망대가 두 곳에 설치되어 있다. 한 곳은 5~10명이 쉴 수 있고, 다른 곳은 30~40명이 함께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주) 05.30.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지미봉과 우도


이곳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양옆으로 듬직하게 서 있다. 우측 성산일출봉은 왕관모양으로 우뚝 솟아있고, 좌측 우도는 올챙이 모양으로 길쭉하게 늘어져 있다. 

주) 지미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주) 지미봉에서 바라본 우도


오른쪽을 바라보면 두문포항과 송난포구 사이로 드넓은 평지와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정겹게 다가온다. 돌담으로 경계를 표시한 밭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때때로 파도가 해안선 깊숙한 곳까지 밀려 들어온다. 생동감이 넘친다. 바람이 분다. 올라오면서 땀으로 범벅이 되었던 얼굴에 부딪힌다. 더없이 시원하다. 순간순간이 즐겁다. 멋진 풍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주) 지미봉에서 바라본 해안도로 및 성산일출봉


왼쪽에는 하도 해수욕장, 하도 어촌체험마을 및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이 아스라이 보인다. 7월이면 토끼섬 안쪽에 형성된 모래밭에서 꽃을 피우는 문주란을 볼 수 있다. 토끼섬에는 문주란이 군집을 이루고 있어 멋있지만,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 어촌체험마을 돌담 사이에도 한두 개씩 자라고 있다. 가까이 보려면 이곳을 찾는 것도 좋다.

주) 지미봉에서 바라본 하도 해수욕장과 토끼섬(문주란 자생지)
주) 07.18. 하도 어촌체험마을의 문주란


오름 아래에는 제주 전통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지붕 대부분이 파란색이라 외국의 어느 마을을 옮겨 놓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색적이면서도 멋진 풍경이다.

주) 지미봉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뒤쪽으로는 중산간지대 오름군과 한라산이 웅장하게 버티고 있다. 밭담 너머 보리밭과 억새밭을 지나면, 다랑쉬오름이 맨 처음 나타나고, 높은오름, 용눈이오름, 손지오름 등이 연이어 등장한다.

주) 지미봉 둘레길에서 바라본 한라산 및 오름군


하도 해수욕장 방면에서 올라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며, 숲길이다. 가끔 나무사이로 세화포구와 해안선, 한라산이 보인다. 여름에는 숲이 햇볕을 가려주어 좋지만, 봄과 가을에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없고, 산책로 길이도 길어서 다소간의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지미봉은 매년 1월 1일 새해의 일출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 동쪽 바닷가에 위치해 있고, 평지에 우뚝 솟아 있어서 우도와 성산일출봉 사이로 떠오르는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주) 05.30.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지미봉과 일출


지미봉 아래로 오름 전체를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둘레길은 평탄하며, 둘이 나란히 걸어도 될 만큼 넓다. 300~400m 구간은 동굴처럼 느껴지는 우거진 숲길이고, 나머지는 햇빛을 밭으며 걷는 시멘트길이다.


습지는 보면서 걷는 길 우측에는 담쟁이넝쿨로 가득한 돌담이 200~300m 이어진다. 그 너머로 한라산과 오름들이 환하게 드러나 보인다.

주) 지미봉 둘레길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오름군


오름 하단에서 제주올레길 21코스를 따라 하도 해수욕장 방면으로 걸어보는 것도 좋다. 자그마한 현무암으로 경계표시를 한 밭길이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담과 아기자기한 모양의 밭, 그리고 밭에서 쫑긋쫑긋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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