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서우봉
서우봉은 서모봉과 망오름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서모봉은 서쪽에 있는 산이고, 망오름은 봉수대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두 오름이 합해진 모습이 물에서 기어 나오는 물소의 형상과 유사하다는 데서 서우봉이라 했단다.
서우봉은 사시사철 풍경이 달라지고, 함덕해수욕장과 주변 유명 카페들이 많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또한, 서우봉은 함덕해수욕장을 지나 망오름 그리고 김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올레길 19코스 중 일부이기도 해서 올레꾼들도 많다.
봄이 되면 서우봉 중턱에는 노란 유채꽃으로 덮인다. 함덕해수욕장 방면에서 300~400m 올라가면 포토존이라고 쓰여있는 팔각정이 있다. 이곳 뒤로 수천 평 규모의 유채꽃이 조성되어 있다. 꽃밭에서 들어가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사람이 많이 찾는 휴일에는 사람으로 가득 찬다.
이곳에 사람이 몰린다면 서우봉 제2 숲길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서우봉 입구에서 제2 숲길과 제3 숲길로 분리되는 지점에 500여 평 규모로 유채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한적하다. 그래서 오랜 시간 머물면서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감상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다. 유채꽃으로 가득했던 서우봉 제2 숲길 공터에 코스모스가 만개한다. 꿀벌과 나비들도 잔뜩 몰려든다. 가끔은 사진 찍는 사람에게 꿀벌이 날아든다. 놀라서 급히 피하거나 손으로 쫓는 행동을 취하면 안 된다. 벌에 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벌이 다른 곳으로 날아갈 때까지 운직이지 않고 기다리면 된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해바라기꽃이 장관을 이룬다. 함덕해수욕장, 해안가의 크고 작은 호텔, 백사장 내 델문도 카페, 바다 깊숙한 곳까지 뻗어 나온 돌섬이 해바라기와 조화를 이룬다. 멋진 풍경이다. 한참을 머물러도 질리지 않는다. 밤새 내려앉은 이슬로 인해 고개를 숙였던 해바라기들이 햇빛을 받으면서 하나둘 하늘을 향한다.
서우봉에는 제1~3 숲길, 서우봉 숲길, 산책길, 둘레길, 망오름길 등 여러 갈래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중 제1 숲길에서 바라본 전망이 가장 빼어나다. 이 숲길에 놓인 나무의자에 앉아 함덕해수욕장을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큰 나무가 따가운 햇빛을 가려주고, 나뭇잎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망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북촌마을 풍경도 인상에 남는다. 망오름 정상은 드넓은 초지(풀밭)이다. 그곳에 나무의자를 몇 개 설치해 두었는데 이곳에 앉으면 무념무상의 세상이 된다.
이곳은 매년 1월 1일에는 일출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시내에서 접근성이 좋고,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남녀노소가 찾는단다.
서우봉은 역사적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1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름 중턱에 일제 동굴 진지가 나온다. 일제 패망 직전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파놓은 동굴이며, 길이가 40m나 된다. 제주도 4.3. 사태 때에는 주민들 대피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단다.
북촌마을 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도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동굴 진지 10개 정도가 해안을 따라 있다. 바닷가에 닿아있어 접근이 쉽지 않지만, 파도가 잔잔할 때 내려가서 볼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