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환상적인 설경_ 관음사코스
< 관음사주차장 ~ 삼각봉 >
새벽 5시에 일어나 사과, 귤, 오메기떡, 커피, 물을 배낭에 챙겨 넣었다. 등산스틱, 스패치, 장갑, 후레시 등도 빠짐없이 준비했다. 겨울철 입산 가능 시간인 새벽 6시에 관음사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5~10명의 등산객이 차에서 내려 등산장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었다.
주변 편의점에서 김밥 두 줄을 구입해 배낭에 넣고, 6시가 되자마자 입산을 시작했다. 사람이 많지 않아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입산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는 오전 7시 30분이 지나야 주변이 밝아진다. 등산로 초입인데 등산로 주변에 눈 쌓인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에 들어오는 등산로도 온통 흰 눈으로 덮여있다.
나무아래 자라고 있는 조릿대에도 상고대가 피었다. 사시사철 초록색을 띄고 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었는데, 겨울에는 내린 눈이 얼어붙어 잎사귀가 땅을 향해 쳐저있다.
탐라계곡 목교부터는 등산로 주변의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눈의 두께가 두꺼워진다. 이곳은 주로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진한 녹색의 솔잎 하나하나에 하얀 상고대가 피었다. 눈 사이로 보이는 나뭇잎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멋지다. 탐라계곡을 지나 개미등에 이르면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흰 눈이 더 탐스럽게 보인다. 이때부터는 순백의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삼각봉에 도달할 무렵에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다.
< 삼각봉~용진각대피소 >
제주방송에 따르면 18일과 19일 이곳 삼각봉 주변에 12cm의 대설이 내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등산로가 폐쇄되었다가, 20일에 다시 개방되었다고 한다. 제주도에 거주하지 않으면 이러한 때에 등산할 기회를 얻기가 아주 어렵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다음 날 삼각봉을 찾으면, 한라산의 백미인 설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날씨까지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 그러하다.
폭설이 내려 한라산 전체가 흰 눈에 덮여있고, 날씨까지 화창한 날, 백록담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면 더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렇게 겨울 한라산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라산 절경의 정수인 삼각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삼각봉의 설경이 이토록 멋있는 줄 모른다.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이 아니라면 설경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커다란 뿔 모양의 봉우리에 쌓인 흰 눈과 듬성듬성 드러난 검은 바위가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마치 거북이 한 마리가 등껍질에는 흰 눈을 가득 짊어지고, 머리는 신선이 산다는 백록담을 우러러보는 모습과 같다. 여기에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불꽃 모양의 흰 구름이 그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많은 등산객이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눈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 카메라에 담는다. 한 컷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인지 수십 번을 촬영한다. 때론 대피소 옥상에 올라가 삼각봉 전체를 조망하면서 담는다. 때론 삼각봉 정면에 서서 웅장한 모습을 담는다.
대부분 사람이 이곳에 한참을 머문다. 그러고도 아쉬운 듯 자꾸만 뒤돌아 본다. 어떤 등산객은 이곳 설경 감상이 목적이었는지 자리를 펴고 앉는다.
삼각봉을 지나면 좌측으로 깊은 탐라계곡과 왕관릉, 백록담 북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왕관릉과 탐라계곡의 설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절경이다. 깊은 탐라계곡 사이에 웅장한 왕관릉이 자리 잡고, 그 너머로 백록담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가 능선을 이루며 호위하고 있다. 옛날 왕이 싸움터에 나가 수많은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당당히 서있는 모습과 같다.
때론 적에게 노출하지 않기 위해 나뭇가지로 은폐하기도 한다. 때론 하얀 연막을 터트려 군사의 수를 감추기도 한다. 그리고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듯하다.
때가 이르자 왕이 가장 앞에 서서 '용감한 나의 전사들이여 적진을 향해 전진하라, 적진을 향해 전진하라'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듯하다.
용진각 현수교에 도달하면, 그 절경은 정점에 이른다. 현수교 정면에는 왕관릉, 우측에는 백록담 북벽과 장구목오름이 보이고, 현수교 아래로는 탐라계곡이 흰 눈과 어우러져 빼어난 설경을 연출한다.
용진각 현수교를 지나 옛날에 있었던 용진각대피소에 도착하면, 마치 물아 지경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백록담의 북벽이 웅장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 북벽에서 좌측으로는 장구목오름이, 우측으로는 왕관릉오름이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삼각봉이 마치 장벽을 치듯 서 있다. 이 빼어난 절경 위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어, 그 아름다움이 더욱 배가된다.
< 용진각대피소~백록담 >
용진각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의 약 2km 등산로는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다.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가야 하므로 무척 힘들다. 그렇지만 이 급경사를 오르며 가끔 뒤를 돌아보면, 커다란 바위 병풍처럼 펼쳐진 장구목오름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러한 환상적인 풍경 덕분에 힘들다는 것을 잠시 잊기도 한다.
급경사를 모두 지나고 나면, 웅장한 백록담의 북벽 풍경이 나타난다. 이곳부터 백록담까지는 천년을 산다는 주목 군락지이다. 살아있는 주목은 하얀 눈에 덮여 커다란 우산 모양을 형성한다. 죽어서 나뭇가지만 남은 주목에도 흰 눈이 쌓여 하나하나가 유명 조각가의 조각품처럼 보인다.
살아있는 주목은 하얀 눈에 덮여 커다란 우산 모양을 형성한다. 죽어서 나뭇가지만 남은 주목에도 흰 눈이 쌓여 하나하나가 유명 조각가의 조각품처럼 보인다.
< 눈꽃으로 소생하는 천년나무 >
천년을 살았다.
때론 기쁘고, 행복했다
때론 슬프고, 불행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가슴이 저리도록 아팠다.
또 다른 때는 환희에 넘치기도 했다.
때론 평온했다.
때론 풍파가 세차게 몰아쳤다.
어떤 때는 가지가 찢겨나갔다
또 다른 때는 새싹이 돋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떠나고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새로운 천년을 시작한다.
소복이 쌓인 눈이
나뭇가지가 되고, 잎이 된다.
새로운 모습으로 소생했다.
등산로 주변이 만물상이다.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나무들이 자태를 뽐낸다. 파란 하늘에 하얗게 수놓은 구름도 이에 동참한다. 멋있다는 말 이외에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고, 또 한 걸음 걸어가며 되돌아보는 것을 반복한다. 걷다 보면 어느새 백록담에 도착해 있게 된다.
백록담 주변도 모두 눈에 덮여있다. 주변 인공 시설물에도 눈이 가득 내려앉아 형태만 남아있다.
백록담 내부도 모두 하얗다. 백록담을 둘러싼 현무암과 작은 나무가 있는 곳은 일부 검은색이 묻어 나온다. 그래서 온통 하얀색으로 보이는 풀이 자란 곳과는 구분이 된다. 평상시 맑은 물이 담겨있는 곳에는 얼음이 얼어있다. 그래서 동일한 하얀색임에도 짙고, 옅음에 따라 비추어지는 모습이 다르다.
백록담을 둘러싼 울타리에도 눈이 쌓였다. 그 너머로 백록담보다 낮게 깔린 하얀 구름이 있다. 그리고 하늘마저도 하얀 구름에 덮여있다.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이며, 하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마치 구름 위에 존재한다는 천상의 세계에 온 듯하다. 이곳에서 구름 위를 달려 나가다 보면 푸른 제주바다가 나올 것만 같다.
백록담은 성판악이나 관음사코스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다. 성판악코스는 평지, 완만한 경사 후 급경사로 이어지며, 4시간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관음사코스는 평지, 완만한 경사, 급경사 구간을 지나면 다시 평지와 급경사가 이어지며, 편도 5시간 소요된다. 입구에서 개미등까지 4시간가량 힘들게 올라갔는데도, 눈앞에 다시 긴 급경사 구간이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등산객이 기진맥진해하는 곳이다. 하지만 한 번 등산한 사람은 또다시 찾는다는 곳이기도 하다. 삼각봉, 왕관릉, 큰 두레왓, 주목 군락지 등 빼어난 경치가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성판악코스는 입산 시작시간부터 사람이 몰리고, 주차장도 협소하여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야 한다. 이에 비해 관음사코스는 두세 시간 늦게 도착해도 주차장이 여유가 있다.
오늘은 오전 7시에 도착했는데도 주차장이 3분의 1 정도밖에 차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차에서 내려 등산을 준비하는 사람도 두세 팀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성판악코스는 가끔 운동화를 신고, 생수 2~3병만 가지고 오르는 사람이 있다. 반면, 이곳은 대부분 전문 산악인처럼 등산복을 입고, 등산장비도 제대로 갖춘 사람들이다.
관음사 주차장에서 탐라계곡의 목교까지 3.2km 구간은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다. 등산로 좌우로는 울창한 숲이고, 숲 아래에는 조릿대가 가득 자리 잡고 있다.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려니 숲길과 유사하다. 사려니숲길은 한라산둘레길 7구간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어느 정도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 우측으로 탐라계곡이 기다랗게 이어진다. 평상시는 물이 흐르지 않지만, 한라산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비가 며칠간 내렸다면 '콸! 콸! 콸!' 물 흐르는 소리가 등산로까지 들린다. 숲 속에서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에 담고, 깊은 계곡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는다. 기분도 덩달아 상쾌해진다.
7시 이전에 출발했던 등산객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등산로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하다. 가족과 함께 온 사람, 연인과 함께 온 커플, 친구와 함께 온 등산객, 혼자 걷는 이, 그리고 가끔은 외국인도 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외국인을 자주 만나는데, 그들은 대부분 가벼운 차림이다. 등산복도 평상시 입는 옷 같고, 배낭도 단출하며, 신발도 운동화인 경우가 많다. 여행하면서 등산장비까지 챙기기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등산하다 보면 때론 돌부리에 넘어지고, 급경사에서 미끄러지기도 하며, 탈진하는 등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므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장비와 음료수 등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탐라계곡 목교에 이르면 경사가 50~60도 정도이고, 길이 50m 되는 철재 계단이 나온다. 이곳을 올려보면, '이제부터 힘든 코스가 나오나 보다'라고 긴장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바로 탐라계곡 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에는 다가올 힘든 코스에 대비해 잠시 쉴 수 있도록 화장실과 널따란 평상이 마련되어 있다.
탐라계곡 목교에서 개미등을 지나 삼각봉 대피소까지 이어지는 3.7km의 탐방로는 첫 번째 고비이다. 산을 자주 찾는 등산객도 버거울 정도의 경사로가 2시간 이상 이어진다. 두꺼운 등산화를 신었어도 탐방로가 돌길과 나무 계단이 많아 발바닥도 아파오기 시작하는 곳이다. 게다가 탐방로는 똑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숲길이라 지루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더욱 지치게 만든다.
힘든 코스를 만날 때는 계단 수를 세면서 오르거나, 발걸음 수를 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숫자를 세는 동안에는 힘들다는 것을 잠시 잊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오백이나 천까지 세다 보면 어느새 고바위 구간을 이겨낸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첫 번째 고비를 넘어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삼각봉의 경치에 지친 몸이 녹아내린다. 마치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귀여운 카멜레온이 하늘을 향해 머리를 쳐들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는 높이가 1,995.5m인 기생화산이고, 삼각추 모양을 하고 있어서 삼각봉이라고 불린단다.
삼각봉은 둘레가 2km나 되고, 총면적도 약 24만 제곱미터나 되는 커다란 규모라서 그 앞에 서면 압도당할 정도로 웅장하다. 게다가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더없이 멋있는 곳이다.
이곳 삼각봉에서 용진각 현수교와 대피소까지 이어지는 1~2km 구간은 관음사코스의 백미이다. 우측에는 웅장한 삼각봉 바위가, 좌측에는 깊은 탐라계곡이 펼쳐져 있다. 마치 초한지에서 한신이 높은 산 중턱에 잔도를 만들어 중원으로 최근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아득히 멀리 보이는 탐라계곡에서는 거친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탐라계곡은 한라산 북벽에서 시작하여 용진각대피소, 장구목, 삼각봉을 지나 개미목 동쪽으로 흘러 제주시 용두암 옆 용연계곡까지 이어진다. 제주의 3대 하천 중 하나이며, 길이는 16km에 달한다. 탐라계곡 너머로는 왕관 형태의 오름인 왕관릉(해발 1666.3m, 둘레 822m)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용진각 현수교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능선(큰드레왓)은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9년)'에서 수녀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의 자녀 7명이 소풍 가서 '도레미송'을 부르는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연상케 한다. 큰드레왓은 해발 1,628.4m이고, 둘레가 2,792m에 이른다. '드레'는 들판을, '왓'은 밭이나 일정한 터, 벌판을 의미한다. 큰드레왓은 장구목에서 삼각봉까지 이어진다. 장구목은 해발 1,813m로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름이다.
용진각 현수교에서 200~300m를 지나면 용진각대피소가 나온다. 옛날에는 이곳에 대피소 건물이 있었는데, 현재는 터만 남아있다. 이곳은 전문 산악인들의 동계훈련장 베이스캠프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알프스나 히말라야 등 해외로 원정을 하기 전에 이곳에서 큰드레왓, 한라산 북벽, 윗세오름 등으로 동계 산악훈련을 한다고 한다.
이곳은 삼각봉, 큰드레왓, 장구목, 한라산 북벽, 탐라계곡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약 20~30평 정도의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경치를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떤 사람은 않아서, 어떤 등산객은 벌러덩 누워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곤 한다.
용진각 대피소에서 백록담 정상까지 2.7km 구간은 두 번째 고비이다. 급경사 구간이 1시간 정도 이어진다. 등산로는 나무 계단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나무계단이 없었을 때는 앞선 사람이 당겨주어야 오를 정도로 힘든 코스였다고 한다.
한걸음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큰드레왓 등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와 힘들다는 것을 잠시 잊게 해주기도 한다. 이곳을 지나면 구상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이라는 구상나무들이 탐방로 양옆으로 빼곡하다. 이곳을 지나면 마지막 전망대가 나온다.
드디어 정상이다. 100여 명의 등산객이 벌써 진을 치고 있다. '한라산 정상'이라고 쓰인 바위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20m 이상 줄을 서 있다. 백록담 울타리 주변으로도 백록담 내부를 구경하려고 빼곡히 들어서 있다.
물이 가득 찬 백록담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렵다고 하는데, 맑은 날씨 덕분에 오늘은 맑고 푸른 백록담을 볼 수 있수 있어 행복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특히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 찍으려 줄지어 있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래서 오늘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산을 일찍 시작했다.
올라오면서 건성건성 보았던 풍경을 좀 더 자세히 보면서 내려왔다. 용진각 대피소에 내려와서는 때론 데크에 앉아서, 때론 누워서 한라산 북벽과 장구목, 큰드레왓 경치를 올려보았다. 파란 하늘에는 흰 구름이 흐른다. 마냥 편하다. 이곳에서 낮잠을 푹 자고 나면 꿀맛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