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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예찬

06. 고요한 명상을 즐기다_ 돈내코코스

by Happy LIm

< 돈내코 코스 입구~평궤대피소, 05.23. >


돈내코 코스는 입구에서 남벽 분기점까지 7km로, 편도로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험난한 산행길이다. 탐방로 입구부터 평궤 대피소까지 5.3km는 지속적으로 오르막길이며,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어려워 더욱 힘든 코스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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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등산코스는 오르막, 내리막, 평탄한 능선이 이어ㅈ지고, 주변풍경도 볼 수 있어 대부분 지루하지 않다. 그런데 이곳은 풍경이 유사하면서 기나긴 숲길만 이어져 지루하게 만든다. 등산객이 많지 않아 때론 멧돼지 등이 나올까 봐 무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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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코스 주차장은 탐방로 관리사무소로부터 1km 전에 위치해 있다. 영실 코스나 어리목 코스와 달리, 등등산로 입구와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 주차한 후 충혼탑, 서귀포 공설 공원묘지를 지나면 관리사무소가 있다.

여기서 간단한 인터뷰를 거친 후 등산을 시작한다. 관리소 직원은 조난 등에 대비해 '어디에서 왔느냐?', '목적지가 남벽 분기점이냐 한라산 둘레길이냐?', '남벽 분기점, 윗세오름 중 어디까지 갈 것이냐?', '되돌아올 것이냐 영실이나 어리목으로 내려갈 것이냐?' 등을 묻는다. 한라산은 날씨가 급변하고, 이곳은 등산객까지 적어 조난이라도 당하면 아주 위험하므로 사전에 대비해라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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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 입구에서 약 500m 구간은 시멘트 길과 나무 계단으로 이어진다. 나무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는 남벽 분기점으로 가는 코스와 한라산 둘레길로 나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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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다 보면 서귀포 시내와 바다, 그리고 섬들(섶섬, 범섬, 새섬, 문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마라도까지 보이기도 한다. 이 나무 계단을 지나면 숲길과 돌계단길이 이어지며, 이 길은 밀림지대로 분류된다. 숲길에 들어서면 나무가 햇볕을 가리고, 새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져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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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궤대피소~ 납벽분기점 >


때론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이 지루함을 불러일으킨다. 탐방로 주변에는 중간중간 수령 100년 넘는 커다란 적송과 특이한 모양의 나무들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지루함과 피로를 오래 잊기는 어렵다.


그렇게 걷다가 선분홍색 철쭉꽃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풍경이 달라지며 다시 활력을 얻게 된다. 몇 백 미터를 더 올라가면 평궤 대피소에 도착한다.


예전 평궤 대피소는 폐쇄하고, 인근에 새로운 대피소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는 화장실 옥상이 전망대로 활용되어 서귀포 시내와 한라산 남벽을 볼 수 있다.


힘든 산행 후에 대피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변 경치까지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주변에 피어있는 예쁜 철쭉꽃과 대피소와 한라산 남벽 사이의 자그마한 나무들이 이루는 곡선이 멋진 풍경을 만든다.





대피소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남벽과 대피소 사이 능선은 자그마한 나무들이 자라 곡선을 이루고 있어 멋스럽다. 지친 몸을 쉬어가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니 이곳 대피소부터 남벽 분기점까지는 지루함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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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양쪽으로는 선분홍색으로 만개한 철쭉이 때론 한두 그루, 때론 군락을 이루고 있어 눈이 즐겁다. 해발 1500~1700m 되는 높은 곳에서 군락을 이룬 철쭉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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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더없이 맑다. 하늘은 파랗고, 하얀 구름이 다양한 무늬를 수놓는다. 그리고 그 아래 진분홍의 철쭉꽃이 흐트러지게 피어있다. 그 언덕 너머로는 서귀포 앞바다에 자리 잡고 있는 섬들이 자그마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모두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화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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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남벽을 배경으로 핀 철쭉꽃 풍경이 백미를 장식한다.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넓게 펼쳐있다. 그 아래에 웅장한 백록담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주위로 철쭉꽃이 만개하였다. 눈으로만 보기가 아깝다. 사진으로 담아 본다. 그런데 한 장의 사진에 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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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서있는다. 멋있는 풍경에 발걸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어느새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하나둘 사라지고 온전히 파란 하늘만 드러난다. 주변 풍경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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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남벽 분기점 코스는 1년에 세 세번정도는 방문해야 그 멋을 다 알 수 있다. 겨울에는 하얀 눈꽃, 봄에는 철쭉꽃 가득한 동산,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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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벽 분기점까지만 등반하고, 다시 내려간다. 예쁜 철쭉꽃 덕분에 평궤대피소까지 긴 구간을 힘든 것도 잊어버린 체 내려왔다. 그 이후에는 돌계단으로 된 내리막이 이어진다. 등산화를 신었는데도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런 길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된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 힘든 길을 올라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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