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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Dec 11. 2023

엄마의 기쁨을 뺏지 마

나이를 먹었어도 나는 여전히 걱정되는 딸에게

같은 도시에 있으면서도 자주 방문하지 못하고, 자주 전화를 드리지 못하는데

엄마는 자주 전화 주시고, 자주 집에 들러주신다.

아들 둘 엄마인 40대인 딸인데도 여전히 엄마에게는 걱정스러운 딸이다.


아마, 나도 내 아이들이 결혼하고 손자 손녀들을 낳아도 그렇겠지 싶지만.


집에 감기가 다 돌아, 마지막으로 지독한 축농증에 걸려 이제 많이 좋아졌는데도 엄마는

감기 걸린 것을 알고는 안부전화를 주신다. 

"감기 걸렸어? 잘 챙겨 먹고, 너 다이어트한다고 안 먹어서 그래" 라면서

안 먹지 않았는데 엄마 눈에는 내가 얼굴도 살이 빠져 보이고 그래서 더 주름도 져보이고 그런가 보다.

셀카를 그렇게 좋아했던 나인데 언제부터인가 셀카는 정말 거의 찍지 않게 된 것도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오늘의 전화는

막내동생네 집에 다녀오셨다는 이야기와 조카들이 스케이트를 타는데 대회 나가서 1,2등을 했다고,

동생이 조카들을 데리고 대회 나간 사이 엄마는 그새 집안청소를 하셨는 모양이다.

문 활짝 열고 청소하고 났더니 땀을 흘리고 그래서 결국 감기에 걸리셨다고, 

60대 후반을 훌쩍 넘으셨지만 여전히 패기 넘치는 33년 차 보험설계사이다.


잠깐 빨간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엄마의 영업노트를 본 적 있었다.

사례별로 빼곡히 적어놓은 글들이 엄마를 보험의 여왕으로 몇 번을 올라가게끔 만들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아빠의 사고로 인해 경제를 책임져야 했던 무게도 있었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정말 열심히 일하셨고, 우리 딸 셋을 모두 다 잘 키워주셨으니까.

아빠의 병원비도, 몇 차례의 아빠의 금융 사고 수습들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정말 딸들에게 손 안 벌리시고 오히려 가끔씩 용돈까지 주시면서 일하신다.


어느 날은 

"엄마, 이제 주지 마, 엄마 모아두고 엄마 나중에 써야지" 했더니

엄마가 일하니까 이렇게 뭣도 사주고 용돈도 주고 그러는 거지, 엄마의 행복을 뺏지 말라는 거셨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감사하게 기쁘게 받는다!

엄마의 은퇴가 멀지 않으셨는데, 자영업이니까 은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또 계속 변하는 보험 또한 다시 공부하고 설명해 주는 것도,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면서 하시는 전자청약도 자꾸 바뀌니까 조금씩 힘이 드는 모양이다.



나도 얼른 엄마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면 좋겠다.

새로 시작한 일이 잘 자리 잡혀서 엄마에게 용돈을 드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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