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분 순삭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은 날.
내일 새벽 소작업이 있어서 일찍 들어온 아빠와, 엄마가 편의점 이모에게서 구입한
공간춘 쟁반짬짜면.
꽤 커다란 도시락 라면이 생각나는 공간춘 쟁반짬짜면을 건더기 수프를 넣고 물을 붓고,
물이 2리터가 넘게 들어간다. 진짜 큰 거긴 하구나 생각하며 물을 버리고,
소스를 넣고 비비는데 14살이 되는 큰아이가 버거워하니 아빠가 비벼주겠다고 하며 비벼주었다.
일반 짜장면보다는 좀 가는 면이지만, 한꺼번에 8개를 비비니 양이 꽤나 되어서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밥 한 공기까지 넣어 쓱쓱 비벼먹었다.
먹는 걸 즐겨하는 우리 가족은 언제나 남는 법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식비 걱정이 좀 되긴 하지만
그나마 우리가 정육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래도 고기는 먹고 싶을 때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식욕. 식욕이 있다는 것은 먹을 수 있어서 먹는 것일 테지만,
일단 먹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갈 힘을 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모든 의욕을 잃어버렸을 때 식음전폐라고 하기도 하니까 먹는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다.
모처럼만에 함께 모여서 8인분을 마치 4명이서 1인분씩 먹는 느낌으로 가뿐하게 먹었다.
설날 준비를 시작한 아빠와 당분간은 또 밥 먹을 시간이 여의치 않을 테지만,
가끔씩 이렇게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또 얼마나 행복한지. 아이들도 이 느낌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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