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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Aug 28. 2023

13살의 남편

결혼한 지 13년 차

부부 13년 차,

아내로 13살, 남편으로 13살, 엄마로서, 아빠로서 13살, 어느 것 하나 익숙하지 않은 열세 살의 이야기.


결혼을 준비하며, 날짜를 정하고, 집을 정하고, 신혼살림과 여러 가지 들을 준비하는 시간은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때의 행복과 지금의 행복과는 다른 행복이니까.


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가 임신과 육아로 일을 쉬게 되었고, 온전히 남편이 외벌이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첫째 낳고 2살의 남편은 두 가지의 일을 했다. 

고기유통 쪽의 일을 하며 새벽에는 돼지발골하는 알바를 했었고, 월급도 월급이지만 그렇게 새벽아르바이트 하는 것이 소득이 꽤 컸던 기억이 난다. 

둘째를 임신하던 해에는 장사가 해보고 싶다면서 갑자기 갈매기집을 오픈하여 저녁장사를 하게 되었다.

새벽 5시경 출근해서 배달을 하고 오면 오후 2시경, 잠깐 눈 붙이고는 5시에는 장사준비를 하러 나갔다가는 새벽 2시에 집에 오곤 했었다. 그렇게 1년을 했는데 겨울의 어느 날, 집에 올 때가 되었는데도 오지를 않았다.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 받지를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결국통화가 되어서 집에 왔는데, 집에 도착했고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서는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들었다고 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렸던 2살의 아내, 그리고 남편의 시절이었다.


그렇게 1년을 지나 어느 정도 가게가 안정이 되자 가게를 팔고는 정육점을 오픈해야겠다고 했다.

둘째가 태어난 그해에 ㅅ브랜드 청주가경점을 시작으로 지금 주성고기 정육점을 시작한 지 이제 10년 차가 되어가는 13살의 남편. 

항상 상의는 한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말을 했을 때는 이미 90% 결정을 하고

통보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결국엔 통보인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고집이 세지만,

또 일하는 데 있어서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다.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좋은 아빠

시간이 많지 않아서 놀 때는 무조건적으로 잘 놀아주는 아빠

때로는 따끔하게 혼낼 줄 아는 무서운 아빠

그래도 엄마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주려고 노력하는 아빠이자 남편.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빠, 그리고 듬직한 남편.

그리고 남편을 도와 그래도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온라인으로 도와주고 있는 나.


요즘 아이들은 초등 고학년이 되면 사춘기가 시작된다던데, 13살이면 초등학교 6학년 혹은 중학교 1학년,

사춘기가 정점인 시기가 아닌가.

남편과 나도 어쩌면 서로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알기는 알지만,

익숙해짐에 의해서 때로는 너무 말하지 않아 오해가 쌓이고, 한 번 싸우게 되면 화산 폭발 하는 것 마냥 싸웠던 그때를 지나 아, 적당히 싸우는 것이 좋은 거구나. 를 느끼는 어느새 13년 차.

열세 살의 남편과 아내가 되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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