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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Sep 15. 2024

첫 번째 배달

왜 그렇게 전화가 어렵지

엄마가 월급을 타는 날이면, 우리는 처*집 통닭을 먹는 날이었다.

치킨은 먹고 싶지만 누가 전화를 할 것인가 서로 눈치를 보게 되는 날이기도 했다.

왜 그때는 그렇게 전화하는 것이 싫었던 것일지, 아니 어쩌면 싫기보다 약간의 두려움이었을까.

"전화를 해서 여기 어딘데요, 뭐 가져다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 참 엄마가 보험회사를 다니셨는데 고객분이기도 치킨집이 고객분이 하셨던 곳이었다.

"아, 여기 *동 보험 하시는 분 집인데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쑥스러웠던 것일 수도 모르겠다.


그러면 엄마가 바로 주문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서 전화주문으로 해서 치킨이 오던 그 첫날을 잊을 수가 없다.

딸 셋이었던 우리는 처음에는 치킨 한 마리는 게눈 감추듯. 사라지곤 했다.

양념치킨을 먹던 날에는 양념에 밥까지 싹싹 비벼서 먹을 정도로. 그 양념에 비벼 먹는 밥은 얼마나 맛있던지.

동생들과 눈치싸움하면서 먹던 그 치킨은 

다시 먹어도 그런 맛이 나지 않는다.


가끔씩 집에 모일 때면 추억을 먹고파서 같은 브랜드의 치킨을 시키곤 했었는데

주인이 바뀌면서 맛이 달라지더니 결국 그 집은 문을 닫았다.


첫 배달의 추억이 

시간가 함께 사라진 것이 아쉽지만 아직 그 브랜드는 남아있으니까

아직도 생각이 난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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