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추억
무더운 여름날, 시골 할머니 댁에 가던 길이었다.
버스를 타고 내려 시골 마을 정류장에 다다르면, 거기서부터 한참을 걸어야 했다.
돌과 자갈이 수북이 깔린 비포장도로는 어린 나에게 꽤 버거운 오르막이었다.
마을 슈퍼에서 물 한 병을 들고, 땀을 훔치며 터벅터벅 올라갔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송골송골하다 못해 흘러내리던 즈음,
아빠가 갑자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나무가 있는 쪽으로 가셨다.
손에 들고 오신 것은 처음 보는 열매였다.
도톰한 껍질 속에 까만 씨앗이 하얀 속살 속에 박혀 있었다.
그때 바나나를 알았다면, "까만 씨가 박힌 작은 바나나 같네" 라고 했을지 모른다.
한 입 물자, 은은한 단맛이 혀끝에 사르르 번졌다.
솜사탕처럼 화려하거나 사탕처럼 강렬하지 않은,
하지만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부드러운 달콤함.
그 시절 나에게 으름은 최고의 간식이었다.
다 먹고 난 껍질은 툭, 훌렁 벗겨지고
씨앗은 수박씨 뱉듯 투~ 투~ 거리며 멀리 날려 보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가는 이 열매를,
언젠가 지인이 시장에서 사왔다며 건네주신 적이 있다.
그땐 그 자리에서 한 알 한 알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는 두 분 다 하늘나라로 가셨고
시골집도 헐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문득 생각한다.
아빠는 이제 엄마, 아빠 모두 안 계신 거구나.
그 생각이 가슴 한쪽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 여름, 그 으름의 맛이
지금도 내 마음 속에서 은은히 달다.
여름날의 작은 사랑의 조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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