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어린이같다고 했다.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by 푸른산책

힘이 없으셨는지 넘어지셔서 이마를 꿰매시고, 손가락도 함께 치료받으셨던 아빠.

머리 뒷쪽에도 종양 같은 것이 있어서 제거 수술도 받으셨다.

손가락 인대가 부어서 움직이면 더디게 낫는다며 부목을 해 주셨지만,

집에 오셔선 또 뚝딱뚝딱, 쪼그려 앉아 손을 움직이셨던 것 같다.


이마의 꿰맨 자리는 이제 거의 아물었고, 뒷목도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손가락은 계속 아프다 하셔서 진료를 더 받으니 인대가 끊어진 것 같다고,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마침 서울에 있던 동생이 쉬는 중이라 병실에서 간병을 맡기로 했고, 그렇게 5일 정도 입원했다.


오른손이라 조금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엔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간병하는 동생은 "75세 어린이 같다"고 했다.

혼자 있으면 밥도 잘 드시는데, 누가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려 하신다는 것.

나는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느라 중간중간 왔다갔다 했고, 아빠도 아빠지만 동생 마음이 더 걱정되었다.

가끔 같이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고생했다”라는 말 한마디만 건네곤 했다.


아빠에 대한 내 마음은, 동생들에게나 엄마에게나,

아직 사랑하는 마음보단 그렇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이런 시간이 쉽지 않다.


그래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그래서 좀 더 용기를 내야만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입도, 손도, 발도 참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아빠일기 #마음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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