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까.

by 푸른산책

당뇨가 있는 아빠는

유독 식사때를 거의 규칙적으로 지키는 편이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좀 늦어져도

기다리는걸 힘들어하셔서

혼자라도 먼저 드시는 경우가 많다.


예외라면,

명절처럼 가족모임이 있을 때라던가

음식을 하고 있는데 다 되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걸릴때

그럴 때는

요깃거리를 조금 드시고

힘께 식사 자리에 앉곤 하셨다.


그런데 이번 설날.


주방이 좁기도 하고, 어차피 먹을 음식들이니까

먼저 반찬과 음식들을 상 위에 가져다 놓았다.


이제 밥과 국을 떠서

내다 놓으면 될 차례였다.

그때,

거실 쪽에서 누군가 음식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잡채를 좋아하는 아빠는

먼저 자리에 앉아서 잡채를 드시고 계셨다.

"후루룩 후루룩"


순간, 화가 날뻔 했다.

아니, 사실은 화가 났지만 티를 안내려고 애썼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표가 났던것 같기도 하다.


"아빠, 조금만 기다리시지..... " 라고 말꼬리를 흐렸으니까.

물론, 아빠가 알아채셨을리는 거의 없겠지만.


가끔씩 그럴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기다리지 못하지?

아니, 왜 기다리지 않는걸까?


못먹게 하는것도 아니고,

조금만 참았다가 같이 먹으면 될텐데.

이상하게도 요즘들어

식탐이 더 많아진 것처럼 보인다.


당뇨가 있어서

더 잘 가려 드셔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빠, 이렇게 자꾸 드시면 안되는데..." 라고 말하면

"괜~찮아~" 란다.... 라고 대답하신다.


의사선생님이 조절하라고 하셨다는데도,

의사도 아니면서 괜찮단다.

자기몸은 자기가 안다는 것처럼.. 늘 그런식이었다.


그럴거면 그럼 병원은 왜 가는지

문득 속으로 투덜거리게 된다.


식사를 다 하시고 일어선 아빠는

배가 정말 많이 나와있었다.

'어? 배가 너무 많이 나왔는데..'


간식거리는 일부러 덜 사다 놓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 사 놓을때는

당뇨형 제품이나

그래도 좀 덜 단것들을 사놓는다.


하지만, 과자나 빵, 케이크 같은 것들이

집에 있는 날이면,

밤에 꼭

몰래 드시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숨겨 놓기도 하는데.

그러면 몰래 방에 가지고 들어가서 드신다고 한다.


어렵다. 어떻게 해야하는것인지.

최근에는 다리가 자꾸 붓는다고 하신다.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는걸까..


어쩌면 그 배고픔이..

정말 음식 때문만이 아니라

사랑에 허기져서

자꾸만 음식으로 채우고 싶은마음에서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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