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페티예 1

아시아대륙, 11번째 나라, 3번째 도시

by 해피썬

페티예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엔 잘 모르던 낯선 도시인데 우리가 이스탄불에서 튀르키예 일주를 준비하면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오머가 추천해 줘서 가보기로 했다.

가을이 되면서 날씨가 쌀쌀해진 튀르키예였지만 페티예는 아직 따뜻한 편이고 아름답고 잔잔한 바다를 볼 수 있어 튀르키예의 대표 휴양지라는 얘기에 바로 여행지로 추가했다.


오머네 가족도 우리가 이스탄불을 떠난 후 페티예로 휴가를 갔는데 우리가 도착할 때쯤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간다 해서 페티예에서 만나지진 않았고, 대신 바닷물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온도라고 실시간 뉴스를 전해줘서 앞으로 서쪽 더 추운 도시들로 이동할 우리였기에 그 해 우리의 마지막 물놀이가 될 거란 생각에 기대감이 커졌다.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 바로 걸어갈 수 있었던 카파도키아에 비해서 페티예는 버스터미널에서 해안가 숙소까지 거리가 있어서 미니버스를 이용한 마을버스 같은 튀르키예의 대중교통인 돌무쉬를 타고 이동했다.


숙소에 짐을 놓고 해안가로 나가서 바다 액티비티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이빙하고 싶었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펀다이빙 예약을 받는 업체가 한 곳뿐이었고,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서 하는 다이빙이다 보니 금액이 비쌌다.

다합이 세계최저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이니 그곳과의 금액 비교는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한국에서의 다이빙 금액과도 별로 차이가 없다 보니 굳이 터키에서 다이빙이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이빙 대신 배를 타고 나가 아름다운 페티예 바다를 돌며 물놀이를 하고 점심 식사까지 제공하는 페티예의 유명 액티비티인 보트투어를 하려고 예약하고 왔다.



보트투어를 예매한 후에는 숙소 주변을 구경했다.

바닷가 마을이다 보니 수산시장이 있었는데 손님들이 원하는 생선과 해산물을 고르면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조리를 해서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한국의 소래포구나 노량진 시장에서도 흥정을 못할 뿐 아니라, 세계일주를 하면서 들리게 된 여러 나라의 시장에서도 흥정을 전혀 못한다는 걸 몸소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식사를 할 생각은 접고 구경만 하기로 했다.


상가가 모여있는 거리 위에는 형형색색의 우산들이 걸려있었다.

지금은 이런 장식을 한 쇼핑거리가 많지만 그 당시엔 흔한 장식이 아니라 더 예뻐 보였고 위에 매달린 우산이 그늘도 만들어줘서 시원하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숙소 주변 구경을 하다가 문뜩 오토가르(버스정류장) 근처에 에라스토 쇼핑몰(Erasta Mall)이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어차피 다음 도시인 데니즐리를 갈 버스표를 구매하러 버스정류장에 가야 하니 오랜만에 몰링을 하며 도시남녀다운 시간을 보내보자고 쇼핑몰을 향했는데 그곳에 볼링장이 있고 두 사람이 볼링 3게임을 하는데 40리라, 당시 환율로 원화 13,000원 정도로 꽤 저렴한 걸 알게 됐다.

우리에게 정해진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 자리에서 갑자기 볼링을 치자고 결정했다.

교회 청년부에서 단체로 볼링을 치러 가면 남편이 꽤 잘 치는 편이라서 점수를 기대했는데 우리 둘 다 점수가 정말 초라하게 나왔다. 그 와중에 옆레일에선 튀르키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볼링을 치고 있었는데 점수가 진짜 높아서 우리는 점점 쫄보같이 볼링을 치기 시작했다.

점수와 상관없이 생각지도 못했던 볼링게임을 튀르키예에서 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스스로도 어이없고 웃겨서 더 재밌는 기억으로 남았다.


쇼핑몰에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패스트푸드점도 많이 있어서 이날은 KFC의 치킨도 사 먹고 스벅에서 핫초코와 커피도 마시며 잠시 여행지가 아닌 도시에서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시간을 누렸다.

쇼핑몰 안에 입점한 브랜드 옷들도 구경하고 큰 마트에서 필요했던 바디로션, 수분크림 등을 구매한 후 숙소로 돌아올 때가 돼서야 남편도 나도 정신이 들어 휴양지인 페티예까지 와서 쇼핑몰에서만 노는 게 맞는 거냐며 잠시 현타(?)가 왔다.


그래도 뭐 맨날 현지식 느낌만 느끼는 게 여행인 것도 아니고, 일부러 쇼핑몰만 찾는 게 아니라 버스표 예매하러 간 김에 그 옆에 있어서 좀 구경하면서 편의 시설도 누린 건데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우리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다음날 보트투어에서 진짜 페티예의 매력을 느끼며 더 즐겁게 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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