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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썬 Jun 06. 2024

호주, 골드코스트 2

오세아니아대륙, 1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아쉽게도 우리가 골드코스트에 있는 기간 내내 날씨가 흐렸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시내 쪽으로 이동하기보다, 우리 숙소가 있던 동네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골드코스트는 나도 메인인 시내 쪽 여행만 해봤었기 때문에 많이 생소한 동네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구석구석 동네 탐험을 다녔다.


일 층짜리 낮은 상가의 가게들을 하나씩 들어가 보며 구경하기도 하고, 

메인 해변가까진 아니지만 동네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바닷가 쪽을 거닐기도 했다.

한인 교회를 찾아 주일 예배를 드리고 오기도 하고, 큰 공원의 숲길을 걸어 다니기도 했다.


갑자기 만난 엄청난 소나기에 숙소로 뛰어온 날,

면 재킷을 입고 있던 남편은 속옷까지 홀딱 젖었는데 바람막이 재킷을 입고 있던 나는 안에 입은 옷이 하나도 젖지 않아 여행을 위해서 챙겨간 바람막이 재킷의 훌륭한 방수 기능을 몸소 확인하기도 했다.



골드코스트는 호주에서의 일정 중 마지막 도시였는데 세계일주를 하는 동안 각 나라의 마지막 도시를 여행할 때는 갖고 있는 현지 돈을 어떻게 하면 남기지 않고 잘 쓸지 계산이 필요하다.


갖고 있는 돈이 남은 기간 식비, 교통비 등으로 딱 쓸 수 있게 떨어지면 좋을 텐데 보통 애매하게 남아서 긴축재정을 하거나 부족분만큼 카드 결제를 하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추가 환전을 해야 하는데 이곳 골드코스트에서도 그런 이유로 남은 호주달러를 잘 계산해서 써야 했다.


남은 기간 동안 금액 생각 안 하고 외식하고, 구경하면서 돌아다니기엔 부족한 금액이었던 상황,

지금처럼 일부는 현금을 쓰고 일부는 카드 결제를 하는 결제 방식도 쓸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 당시 호주는 그런 결제 시스템이 안 되는 곳이 많았다. 


당연하게도 추가 환전으로 호주 달러를 더 만드는 건 가장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달러나 유로 외의 통화는 다른 나라의 환전소에서조차 받아주지 않는 곳이 많고, 받아주더라도 적용되는 환율이 달러나 유로에 비해서 좋지 않고 수수료도 비쌌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남아는 나중에 우리가 또 여행을 가면 쓰면 된다는 생각이라도 했지만 호주는 벌써 네 번이나 온 나라에 또 오게 될지 확신이 없어서 호주달러를 많이 남기고 싶지 않았다.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다고, 나는 올해 시부모님과의 가족여행으로 다섯 번째 호주 여행을 할 예정이다. :D



다시 여행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는 긴축재정을 선택했다.


공항으로 이동할 교통비를 남겨놓고, 동네 구경은 무조건 걸어 다녔는데, 교통비를 아끼려고 목적이었지만 덕분에 동네를 샅샅이 구경할 수 있어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가장 많이 아낀 건 식비였는데, 이민자가 많은 호주인지라, 그 나라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이미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대부분 먹었기 때문에 큰 미련 없이 아낄 수 있었다.  


외출 중에는 최대한 저렴한 식당을 찾아 제일 저렴한 음식을 주문하느라 생전 처음 채식 식당에서 가서 아주 건강한 맛의 샌드위치를 사 먹거나, 가방에 딱 두 개 챙겨 왔던 한국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호주의 큰 마트 브랜드 중 하나인 콜스(Coles)에서 금액은 호주달러 3불 정도로 저렴한데 양은 많은 냉동 피자 같은 제품을 구매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기도 했다.


그날 사 먹은 냉동피자는 우리가 여행하면서 사 먹었던 피자 중 가장 맛이 없는 피자 1위를 차지했는데 남편이 2불로 착각했다가 3불인 걸 알고 나선 그것조차 아깝다며 절규했다.


남편 - "그나마 2불짜리라 다행이다."

나 - "그거 3불짜리야"

남편 - "안돼!!! 내 3불, 3불, 3불!! "



긴축재정으로 호주달러를 딱 맞게 사용하니 이것도 성공이라며 성취감이 들었다.

다음 여행지인 싱가포르에서도 계산이 잘 맞게 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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