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3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앞 편(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1)에서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움직였다고 거창하게 썼지만 사실 이건 나한테만 도전이었다.
여행기 내내 높은 곳에 올라갈 일이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나는 등산을 싫어하고 오르막길도 싫어한다. 이런 나인데 세계일주를 하는 동안에는 꽤 많은 산을 올라갔다.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이유 거나, 케이블카 등의 탈것이 너무 비싼데 시간은 여유가 있으면 비용을 줄이자는 이유였다.
이번에도 두브로브니크의 절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스르지산 전망대에 가야 하는데 케이블카는 두 사람 합쳐서 6만 원이 넘어 이미 성벽 입장료를 사고, 크로아티아 다른 도시에 비해서 물가가 비쌈에도 점심을 사 먹은 후라 더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바쁘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5분이면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이용했겠지만 우리는 천천히 올라가서 일몰을 볼 계획이라 시간 여유도 있어 실제로 걸어서 올라가면 어떨지를 검색해 봤다.
다른 여행자들이 남긴 구글 후기를 보니 걸어서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지 않고 지그재그 형태로 이어진 길이라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는 평이 꽤 많아 우리도 더 고민할 것 없이 걷는 길을 선택했다.
씩씩하게 걷기 시작하다가 숨이 차고 힘이 든다 싶으면 뒤돌아 두브로브니크의 풍경을 보면서 잠시 쉬기를 반복하면서 2시간에 걸쳐서 스르지산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본 풍경도 멋졌지만 중간중간 올라가는 길에 돌아본 올드시티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도 꽤 장관이었다. 케이블카로 순식간에 올라가느라 잠시 스쳐 지나가는 풍경으로 남는 대신 오랜 시간 감상하면서 올라가니 그 길이 오히려 좋았다.
이런 게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인 걸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생각만 들었다, 여전히 등산은 싫어한다 :D)
메인 전망대 밑 카페 옆으로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끝난 후 전쟁 희생자를 위로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세워진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데 평화로워 보이는 이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전쟁의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제 더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그래서 십자가 옆에 있는 작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이 아름다운 도시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곧 일몰 때가 다가왔다.
우리는 내려갈 때도 걸어서 내려갈 예정이라 일몰이 시작될 때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려갈 때 두브로브니크 전경이 더 잘 보여서 계속해서 풍경을 바라보면서 걸으니 올라올 때보다 힘듦이 덜한 데다가 일몰로 점점 물들어가는 하늘이 정말 아름다워서 계속 감탄을 하면서 걷게 됐다.
특히 해가 거의 다 질 때쯤 하늘이 보라색과 분홍색으로 물들었는데 어디서도 보지 못한 하늘의 색이 너무 아름다워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리즈 일몰, 또는 야경 부문에 두브로브니크를 탑 5에 포함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장기 여행이 아니었으면 시간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서 빠르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 풍경을 바라보면서 행복했다. 그리고 이 여행을 통해서 평소에 안 하던 것을 도전하게 하고 내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시는 하나님께 감사하게 됐다.
다음날 숙소 주인과의 작별 시간에 두브로브니크의 전경이 담긴 마그넷과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축복의 말을 들으며 여행을 통해서 만나게 된 인연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얻게 된 크로아티아에 대한 따뜻하고 좋은 추억을 마음에 담고 우리의 발걸음은 다시 다음 나라를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