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5번째 나라, 1번째 도시
알바니아의 수도인 티라나 역시 세계일주 전까지는 잘 모르던 나라이고 갈 계획도 없었는데 크로아티아에서 그리스까지 육로로 가기 위해서 거쳐가게 된 두 번째 나라이다.
(글을 쓰다 보니 세계일주 전까지 잘 몰랐던 나라 리스트가 쌓여간다.)
몬테네그로(몬테네그로, 코토르 편)와 마찬가지로 알바니아도 여행하면서 처음 알게 된 곳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영화 "테이큰" 시리즈를 통해서 이름은 들어본 곳이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딸을 납치한 큰 인신매매 조직이 있는 위험한 나라로 그려졌던 것과 달리 알바니아 티라나는 무채색의 도시일지언정 여행자들이 여행하기 위험하지 않고 식당 등에서 마주쳐지는 사람들은 낯선 동양인 여행객들에게 꽤 친절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알바니아를 여행하고서야 알게 됐던 거 중에 하나는 인도에서 빈민, 병자, 고아를 위해 헌신해서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마더 테레사가 알바니아계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유고슬라비아 시대에 태어나서 실제의 출생지를 놓고 마케도니아랑 알바니아가 서로 자기네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싸우고 있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그녀 스스로가 본인을 형통으론 알바니아 사람이고, 시민권으론 인도인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By blood, I am Albanian. By citizenship, an Indian.
어쨌든, 나에겐 영화 속에 나왔던 지명임에도 가보기 전까지 귀에 익지 않았고, 마더 테레사의 출생지임에도 전혀 모르던 나라인 알바니아를 다들 어떻게 알고 벌써 여행했는지 정보 검색을 할 때 블로그 글들이 종종 보여 여행에 도움이 됐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세상은 내 생각보다 넓은데 그 넓은 곳을 이미 지나간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이렇게 가게 된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보기 드문 무슬림이 국교인 나라면서 유럽의 최빈국이다.
현지인들에겐 미안하지만 여행자로서는 물가가 저렴한 게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게, 얼마를 쓰게 될지 몰라 앞서 여행했던 몬테네그로와, 크로아티아에서의 식비 등을 고려해서 알바니아 은행 ATM기에서 뽑은 알바니아 현지 돈 8,000렉(원화 약 8만 원)을 1박 2일 동안 아침이 포함된 에어비앤비 숙소와 매끼 식사를 더해도 다 쓰지 못했다.
물가가 얼마나 저렴한지는 식비로 바로 가늠이 가능한데, 고기, 양파와 오이 등이 버무려진 중동식 샐러드, 감자튀김이 사워크림과 함께 나오는, 튀르키예의 케밥이나 그리스식 기로스와도 비슷한 수플라체(Sufllaqe)를 3천 원 정도면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양이 엄청 많아서 나는 보통 수플라체의 반 정도 양을 파는 하프 수플라체를 사 먹었다.
낯선 나라인 알바니아 현지인들의 삶이 궁금해서 티라나에서는 에어비앤비 일반 가정집의 방 하나를 빌리는 것으로 예약했다.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서 큰 도로에서 골목길로 접어드니 우리나라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처럼 나무 소재의 문 위에 기와가 얹어져 있는 집들이 이어져있었고, 그중 우리 숙소는 그 길의 가장 끝에 있었는데 문은 철제문이지만 여기도 기와가 얹어져 있어서 신기했다. 집 안은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거실이 꽤 넓은 집이었고 이제는 다 큰 주인집의 큰딸이 쓰던 방일 듯한, 침구류가 분홍색으로 꾸며져 있던 방이 우리 방이었다.
알바니아 가정식이 궁금해서 아침은 숙소 예약하면서 조식을 같이 예약했는데 빈대떡같이 구운 빵 위에 계란 프라이와 잘게 썬 햄을 올리고, 채 썬 오이, 당근을 빵 주위에 데커레이션을 한 음식이 잼, 치즈와 함께 나왔다. 맛은 있었지만 알바니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정식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아 아쉬웠다.
티라나의 주요 건물들이 모여있는 스칸데르베그 광장(Scandberg Square)까지는 우리 숙소에서 큰길로 나와 쭉 걸어가면 됐고 그 거리도 크게 멀지 않아 천천히 도시의 분위기를 익힐 겸 광장으로 걸어갔다.
알바니아의 국민영웅인 스칸데르베그의 이름을 따서 광장 이름을 지었다더니 광장의 중앙에는 그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넓은 광장 주변으로 멋스럽게 지어진 국립역사박물관, 국립 오페라, 도서관, 은행 등 주요 건물들이 위치해 있어서 광장에서 가만히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시간이 더 있다면 본인의 관심사에 맞게 박물관 내부를 보거나, 오페라를 보거나 하는 식으로 원하는 관광을 하기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에만 있는 줄 알았던 피라미드가 티라나에도 있어 가보았다.
티라나의 피라미드는 공산주의 독재자였던 엔베르 호자(Enver Hoxha)를 기리는 박물관으로 지어졌고 나중에는 라디오 방송국, 나이트클럽, 회의장, 방송센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고 한다.
독재자를 기리는 건물이다 보니 건물의 철거가 논의가 됐던 거 같은데 글을 쓰기 위해서 검색해 보니 현재는 건물을 콘크리트 구조물만 재사용한 채 재건축하여 교육 시설, 상업 및 공공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고 관람객들에게도 도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인기가 높아졌다는 걸 알게 됐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알바니아는 그때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그 시절 지어진 벙커도 그중 하나이다.
이 벙커 중 하나로, 내부를 박물관처럼 바꾼 벙크 아트 2(Bunk'Art 2)는 사회주의와 관련한 전시를 구경할 수 있다. 저녁에 가야 조명까지 어우러져서 예쁘다는 정보에 다른 곳들을 먼저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들렸는데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아쉽게도 이미 폐장시간이 지나 도착하는 바람에 입구에서 가까운 관람 티켓을 구매하는 부스 앞쪽까지만 구경하고 나와야 했다.
몬테네그로 때와는 다르게 도착한 다음날 야간 버스를 탈 예정이라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던 알바니아에서의 여행도 금세 마무리되었다.
숙소에 맡겨뒀던 가방을 찾아 그리스행 야간버스를 타기 위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