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토리니 1

유럽대륙, 6번째 나라, 2번째 도시

by 해피썬

그리스에 왔으니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토리니를 가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손예진 배우가 찍은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통해서 유명해져 한때 한국인에게 인기 신혼여행지였던 곳인지라 그때 당시 결혼 2년 차를 지나고 있는 신혼이었던 우리 부부도 기대감을 안고 산토리니행 비행기를 타러 이동했다.


원래 저렴한 야간 페리를 이용해서 숙박비랑 교통비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었는데 11월부터 동절기로 쳐서 페리가 매일 운행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페리는 고급 페리인지 금액이 비싸 어쩔 수 없이 그리스 국내 저가항공을 타기로 한 건데 아테네와 산토리니를 왕복하는 항공사가 많지 않다 보니 생각보다 값이 저렴하지 않아 아쉬웠다.



아테네 시내에서 아테네 공항까지 이동은 공항행 메트로를 타고 이동하면 돼서 어렵지 않았는데 문제는 소매치기들이었다. 우리가 여행할 당시 그리스의 경제는 우리나라의 IMF 때처럼 국가적 파산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완전히 무너져있었고 원래 집시 등 특정 부류들이 소매치기를 했다면 그 당시에는 일반 시민들까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소매치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사전에 이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귀중품은 앞 배낭, 그것도 안쪽 깊숙이 넣어서 자물쇠를 채웠고, 큰 배낭은 배낭 커버를 씌우고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허리 받침대 쪽의 주머니는 완전히 비운 채로 메트로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후 분명 지하철 내 공간이 여유가 있음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바짝 다가왔고 남편과 내 사이에 끼어들어 우리를 서로에게서 분리시켰다. 그 후 우리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로 겉옷 주머니와 허리 받침대 쪽 주머니에 계속 손을 넣었다 빼기 시작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시도하고 나면 다음 무리의 사람들이 또 한 번 시도하는데 이렇게 노골적인 소매치기는 처음 겪었고, 그들에게 휩쓸려서 남편과 더 멀어지다가 지하철 밖으로 하차하게 될 수도 있을 거 같아 남편도 나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가까이 서려고 노력했다.


무기를 가지고 위협하는 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테네 메트로가 공항 구역으로 들어서면 비용이 비싸지는데 이때부터 드디어 소매치기 무리들은 내리고 공항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끊임없이 주의를 경계하게 되었고 다행히 아무 피해 없이 공항에 아테네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용한 저가 항공권은 라이언에어(Ryanair)였는데 이 항공사는 유료로 좌석을 구매하지 않는 이상 모든 좌석을 랜덤으로 지정해 주고 있었다. 돈을 내고 좌석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려고 체크인하면서 좌석을 무료로 지정받는 승객들의 자리는 모든 승객들이 자기 일행과 떨어지는 자리로 자동 배정했다. 아테네에서 산토리니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그들의 상술에 당하기 싫어서 떨어진 자리에 그냥 앉았는데 우리 같은 생각을 한 여행객들이 많았는지 다들 이산가족처럼 떨어진 채로 조용히 앉아 산토리니 공항까지 이동했다.


우리는 산토리니의 주요 마을 중 하얀색 집들이 모여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이아마을(Oia) 대신 공항에서 가까우면서 가성비 좋은 숙소도 예약이 가능한 피라마을(Fira)에 숙소를 잡았다. 비수기에 바다 바로 앞쪽 숙소가 아닌 상점들이 있는 안쪽의 숙소를 예약했더니 휴양지로 유명한 산토리니에서 더블룸 1박에 5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묵을 수 있었다. 숙소가 피라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워서 배낭을 메고 이동하는데 부담이 덜해서 오히려 좋았고, 욕실을 포함한 방 컨디션도 넓고 깨끗해서 좋았다.


두브로브니크부터 아테네까지 두 도시를 지나느라 거의 매일 큰 배낭을 지고 이동을 해야 했고, 아테네에서는 하루 종일 꽤 많은 걸음을 걸으며 구경을 한 데다 아테네공항에 갈 때도 소매치기들 사이에서 긴장을 해서인지 어깨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도 아파졌다. 그래서 산토리니에서의 여행은 알람 없이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일어나 여유 있게 섬을 둘러보는, 쉼이 있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체크인을 한 후 짐을 숙소에 두고 나와 메인 상점가의 럭키즈수블라키스(Lucky's Souvlakis)에서 저녁을 먹고 빵집에서 먹음직스럽던 초코크루아상과 애플파이를 다음날 아침거리로 산 후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 숙소가 있는 피라마을부터 여유 있게 아름다운 섬을 둘러볼 생각에 들뜬 마음을 뒤로하고 컨디션 회복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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