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6번째 나라, 2번째 도시
다음날에는 포카리스웨트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이아마을을 가보기로 했다.
이아마을은 우리가 산토리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대부분 촬영한 곳일 만큼 건물의 벽뿐만 아니라 바닥까지도 매끄러운 하얀색으로 깔려있어 더 아름다운, 산토리니를 관광하는 사람들이 꼭 들리는 동네이다.
그런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물가가 산토리니에서 제일 비싼 곳이기도 하고,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이아마을에서 석양까지 보고 올 예정이라 로컬 버스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이아마을에 가기 전에 피라마을 기로스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은 후 출발했다.
산토리니 버스 시스템 중에서 재밌는 건, 공항, 항구, 다른 마을로 가는 모든 버스가 피라마을 버스 터미널 사이만 오고 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라마을 외의 마을로 가려면 일단 피라마을까지 갔다가 버스를 갈아타고 이동해야 하고 당연히 버스비는 버스를 탑승할 때마다 따로 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특별히 꼭 묵고 싶은 다른 마을이 있지 않는 이상 피라마을에 숙소를 예약하고 우리 역시도 그래서 피라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는 피라마을에 많이 잡더라도 이아마을로의 관광은 필수 코스다 보니, 로컬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아마을에는 사람이 피라마을보다 많아 보였다. 특히 인생 샷을 남기기 위해서 하얀 드레스를 포함해서 예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름다운 장소에 와서 자연과 사람의 손이 만나 이뤄낸 경이로운 풍경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전날의 마음은 잊히고 나도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이 찍고 싶어졌다. 세계 일주 내내 지고 다닐 배낭이기 때문에 짐을 최대한 줄이느라 옷은 실용성이 높은 옷 위주로 최소한으로 담았고, 예의를 차려야 하거나 옷을 신경 써서 입어야 하는 곳에 들어가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원피스 한 개를 넣었는데 산토리니에서 이 옷만 입고 다니려니 단기 여행이었으면 더 다양한 옷으로 기분을 내며 인생 샷을 찍었을 텐데 싶어서 약간 아쉬워졌다.
이아마을의 골목길을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석양 포인트로 유명한 굴라스 성채를 향했다. 아직 해가 지려면 1시간 정도 남아있을 시간이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사람들에 의해서 가려지지 않을 만한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해가 점점 내려가며 하늘이 붉어지고 바다가 불타오르는 듯한 광경을 바라봤다.
이아마을은 산토리니의 가장 서쪽에 있는 만큼 석양을 잘 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피지섬과 함께 세계 3대 선셋 명소로 알려졌다. 직접 이아마을에서 석양을 바라보니 피지섬이 남태평양의 타이티, 필리핀 보라카이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비해서 이아마을과 코타키나발루는 항상 2순위에 꼽히는 이유를 과연 알 수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진 후에도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하얀색 집들 사이에 은은하게 금빛 조명으로 물든 야경까지 감탄하면서 바라보았다.
피라마을로 향하는 배차시간을 확인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움직였다.
피라마을에서 이아마을을 가는 시간은 각자의 일정에 따라 달라도 일몰 후 피라마을로 돌아오는 시간은 서로 비슷하고 저녁때의 로컬 버스 배차시간은 낮보다는 길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굉장히 길었다.
이미 한참을 구경하면서 걸어 다녔더니 힘들었는데 꾸불꾸불한 길을 가느라 흔들리는 버스에서 20분을 서서 가고 싶지 않아 과연 우리가 앉을 수 있을까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앞에 자리가 남아 우리까지 딱 앉아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아마을 여행을 마지막으로 그리스 산토리니에서의 여행을 끝내고 우리 부부가 사랑하는 나라 이탈리아로 떠날 날이 되었다.
아름다운 섬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