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7번째 나라, 1번째 도시
피라마을에서 공항으로 갈 때는 처음에 피라마을에 왔을 때처럼 로컬 버스를 타기로 했다. 비행기가 이른 아침이라 첫차를 타고 나가려고 버스 시간표를 확인을 위해서 숙소의 정보 게시판 앞으로 갔는데 직원이 첫차를 타고 가면 무조건 비행기를 놓친다고 자기네한테 택시 예약을 하라고 했다.
안 그래도 첫차 시간이 항공편 체크인 시간에 촉박해 보였고, 특히나 산토리니 공항은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 있는 공항임에도 일 처리가 느리고 대기할 만한 장소가 없다고 악명이 높아 염려하고 있었는데 숙소에서 저 말을 하니 더 마음이 불안해졌다.
직원에게 생각해 보겠다 하고 방으로 돌아가 열심히 검색을 했는데 블로그에서도 운 나쁘게 비행기 시간에 늦었다고 쓴 글과 버스 타고 공항 가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글이 모두 있었다. 운이 나쁜 경우를 생각하면 걱정이 됐지만 나름 피라마을까지 버스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데 비행기를 놓치게끔 첫차를 운행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서 원래 계획했던 대로 일단 로컬 버스를 타기로 했다.
다행히 버스도 제시간에 잘 도착했고 우리가 체크인하려던 항공도 운행이 약간 지연되어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도 당연히 무료 좌석을 배정받는 경우 일행을 다 떨어뜨려놓았고, 어차피 산토리니에서 이탈리아로 바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서 경유지인 아테네까지만 가는 1시간 정도 비행이었기 때문에 돈을 더 내고 좌석 지정은 하지 않았다.
탑승 전까지 앉아있을 만한 의자가 없는 공항이라서 체크인을 마치고는 탑승 시작 전까지 공항 문밖에서 잠시 기다리면서 그제야 배고파진 우리는 전날 미리 빵집에서 구매해 놓은 빵과 주스로 아침을 먹으며 탑승을 기다렸다.
짧은 시간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산토리니를 떠나 아테네로 향했다.
아테네 공항 내에서 환승을 기다리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라운지를 이용했다.
경유 시간이 길어서 지난번 두바이 경유 때(이집트, 카이로 1편)처럼 3시간씩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를 여러 곳 돌아가며 이용하려 했는데 아쉽게도 아테네 공항에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한 곳뿐이었다. 그래서 공항 내 의자에 앉아서 잠시 대기하다가 식사 시간에 맞춰서 라운지로 이동해서 식사도 하고 편안한 의자에서 잠시 휴식을 했다.
그렇게 긴 시간을 거쳐서 도착한 로마!
신혼여행 때는 이탈리아에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있느라 도시의 주요 관광지만 둘러보고 구석구석 누빌 수가 없었고, 특히 로마에서의 체류 기간엔 하루 남부 투어, 하루 바티칸 투어를 하느라 정작 로마 자체를 둘러볼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이번엔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어서 일주일 정도를 머물기로 하고, 비싼 로마의 메인 시내 쪽이 아닌 트램으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되는 지역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 테르미니역까지 저렴한 테라비전(Terravision)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 후 우리의 로마 숙소까지 트램을 타고 20분을 더 이동하고서야 드디어 로마에서의 우리 집에 도착했다.
우리 숙소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외관과 엘리베이터를 가진 아파트인데 집 안은 현대적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낮은 아파트로 주인이 사는 방을 제외한 거실, 주방, 그리고 우리가 좋아했던 햇살이 잘 들어오는 테라스를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는 숙소였다. 우리 방은 다락방이고 침대는 소파 베드였지만 정면에 있던 붙박이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방이 좁아 보이지는 않았다.
주인은 젊은 남성으로 평일 낮에 일을 하고 저녁에도 약속이 많은지 자주 외출을 해서 실외 배변을 하는 강아지 산책을 위해 점심과 저녁에 한번 집에 돌아올 때를 빼곤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고, 주말에는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가서 그 집은 우리 둘만의 집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천천히 아침식사를 차려 거실에 있는 큰 식탁에 앉아 테라스를 바라보면서 오늘은 어느 골목길을 돌아보고 걸어 다닐까를 얘기하거나 까르멜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지 우리와도 금세 친해진 강아지와 함께 장난을 치기도 했고, 따뜻한 테라스에 빨래한 옷들을 널어놓고 여행기간 셀프 이발을 하던 남편의 머리를 자르기도 했다.
일주일간 편안한 우리의 집이 되어준 숙소에서 짐을 풀면서 다음날부터 로마를 느긋하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남편도 나도 신이 나서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