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7번째 나라, 1번째 도시
다음날 아침을 먹자마자 로마 관광지가 모여있는 시내의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갔을 때는 광장 옆 스페인 계단이 보수 중이었는데 이제는 많은 이들이 계단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던 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은 영화를 흉내 내는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흘려 계단이 지저분해지자 아예 계단 위에서의 음식물 섭취를 금지했다. 우리도 로마의 티라미수 맛집인 폼피(Pompi)에서 산 티라미수를 앉아서 먹고 싶었지만 깨끗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현지인들의 뜻을 존중해서 계단에서는 음식 없이 앉아서 스페인 광장을 바라보며 잠시 신혼여행 때의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신혼여행 때는 이틀 정도의 시간을 로마에서 머물다 보니 시내에서 조금씩 걸어서 이동하며 볼 수 있는 트레비 분수, 판테온, 콜로세움, 나보나 광장 등을 포함한 로마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들과, 좀 떨어져 있어도 "로마의 휴일"의 유명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진실의 입" 앞 정도만 다녀왔었다.
두 번째 찾은 로마에선 시간 여유가 있으니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았는데도 정말 많은 걸 할 수 있었다.
길가의 흔한 성당조차도 들어가 보면 널린 게 거장들의 그림이라는 로마에서 거리를 걸으며 눈에 띄는 성당이 보이면 고민 없이 들어가 봤다.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해서 유명한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라 대성당 내부도 두 번째 로마행에서야 구경할 수 있었다. 발길 닿는 대로 길을 걷다가 보이는 H&M, 자라 같은 평범한 옷 브랜드 상점도 멋스러운 건물에 매장이 있으니 괜히 그 안의 옷도 더 예뻐 보여서 한 번씩 들어가서 구경하다 나왔다.
한 번은 저녁때쯤 바티칸 앞쪽까지 걸어갔는데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 앞을 출입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펜스를 저녁 6시가 넘어가니 열어 일반인들이 출입을 할 수 있게 해 줬다.
덕분에 우리도 다시 한번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서 신혼여행의 추억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로마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금빛 조명과 밤의 파란 하늘이 만난 야경을 바라보며 판테온 앞에서 바이올린으로 버스킹을 하는 한 남자의 공연을 듣고, 어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기분을 낼 수 있음에 감사해서 팁을 주면서 로마에서의 낭만을 다시 한번 누림에 감사했다.
관광지가 몰려있는 시내에서 일부러 버스나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되는 몇몇 유명한 가톨릭 성당 내부 관람도 했는데, 바울이 순교한 후 잘린 머리가 세 번 튀었는데 그곳에서 세 개의 샘이 솟아났다 해서 지어진 세 분수 교회(=바울 순교 교회), 순교하기 전 갇혀있던 감옥이 있던 자리에 새워진 천국의 계단 교회, 베드로가 감옥에 수감됐을 때 하고 있던 쇠사슬을 보관하고 있으면서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중 하나인 모세의 조각상을 보유하고 있는 쇠사슬의 성 베드로 성당, 예수님이 태어난 말구유를 보관하고 있다 하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까지 돌아다니니 어느새 이스라엘에서 했던 성지순례를 다시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여행 중에는 말로만 듣던 유럽의 대중교통 파업을 직접 경험했다.
로마 교통(Atac)이 파업을 해서 길에 트램, 버스 아무것도 다니지 않았는데 평일에, 사람들의 출근을 신경 안 쓰고 파업을 했는데 아무도 파업을 하는 주체인 교통업체를 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 신기했다.
(감정을 손짓을 사용해서 확연히 알 수 있게 표현하는 이탈리아인들이라 말은 못 알아들어도 그들이 화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도시를 이동하는 날이었으면 큰 배낭에 걸을 수 없어 비싼 택시를 이용해야 해서 부담이 됐을 텐데 그 도시에 체류하고 있던 중이었고 로마에서는 원래도 걸어 다니면서 구석구석 구경하는 걸 좋아하던 우리라서 파업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날을 무한 걷기의 날로 정하고 테르미니역 근처에서부터 성안젤로성(천사의 성)까지 아름다운 로마를 마음껏 누볐다.
양껏 걸어 다닌 날이라 돌아가는 길은 지쳤었는데 파업이 생각보다 짧게 끝나 다행히 돌아갈 때는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