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 1

유럽대륙, 7번째 나라, 3번째 도시

by 해피썬

피렌체의 마지막날, 친절한 에어비앤비 호스트 덕분에 기차시간까지 짐을 맡기고 마지막으로 시내 구석구석 못 가봤던 곳까지 샅샅이 돌았다.

우리가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는 이탈리안 주인이 사는 집의 방 하나는 주인이, 다른 방 하나는 우리가 쓰고, 나머지 거실과 주방, 욕실을 함께 공유하는 곳이었는데 음악을 하는지 방에서 주로 기타 연주를 하던 주인 레오는 무뚝뚝해 보이는 생김새와 다르게 집 안에서만 아니라 집 앞 시장에서 마주쳐도 언제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던 친절한 사람이었다.

마지막날에도 피렌체를 구경한 후 짐을 찾으러 다시 숙소로 돌아갔는데 손수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 예쁜 잔에 담아주며 우리가 너무 좋은 게스트였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떠나는 날까지 피렌체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행복했던 피렌체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베네치아행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역으로 향했다.

신혼여행 때는 짧은 시간에 이동시간을 줄이려고 주요 관광지가 모여있는 베네치아 메인섬, 그것도 산마르코 광장 바로 근처에 숙소를 정했었다. 시차로 인해서 새벽에 눈을 뜬 김에 산책하러 나간 산마르코 광장에서 관광객이 없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우리 둘이 전세 낸 것처럼 돌아다녔을 때 이게 베네치아의 낭만인가 싶고 행복했지만 여전히 메인섬의 숙박비는 너무 사악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시간여유가 있는 이번엔 기차로 1 정거장 전 역인 메스트레역(Mestre station) 근처의 가성비 숙소를 예약했다.

여기서 메인섬의 산타루치아역(Santa Lucia Station)까지는 두 사람 합쳐서 왕복 5유로(현재는 5.8유로) 밖에 안되니 5배 이상 비싼 메인섬의 숙소보다 비용절감을 많이 할 수 있어 배낭여행객인 우리에겐 좋은 선택지였다.


메스트레역에서 산타루치아역은 바다 위로 쭉 이어진 기차를 타고 한정거장만 이동하는 거라 시간도 왕복 20분 밖에 걸리지 않으니 메인섬에서 베네치아의 낭만을 경험해보고 싶은 여행자가 아니라면 메스트레역에 숙소를 예약해 비용을 절약하고 그 아낀 비용으로 맛있는 걸 사 먹거나 곤돌라를 타는 걸 추천한다.



처음 베네치아에 왔을 때, 산타루치아역에서 나오자마자 그 이국적인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베네치아가 이탈리아에서 제대로 여행하는 첫 도시였기 때문에 더 이국적으로 다가왔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도시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하면 이탈리아 도시들이 다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하나를 고르기 힘들지만, 이국적이라는 평가 기준에선 나에게 여전히 일등으로 느껴졌다.

물 위에 이렇게 견고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세워져 있는 도시라니! 길이 평평하게 이어져만 있지 않고 끊어진 길은 수십 개의 낮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이라 메인섬 내 대중교통은 바포레토라는 수상버스라 그 모습마저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바포레토를 타고 이동하는 대신 골목골목을 열심히 걸어 다녔다.

길이 만약 끝까지 연결이 안 되면 그때 바포레토를 타자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너무 신기하게도 길은 다리를 통해 연결이 잘되어 있어 산마르코 광장에서 바라봤을 때 바다건너편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쪽의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까지 걸어가서 산마르코 광장 쪽, 곤돌라들이 정박되어 있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가야 할 곳을 정해놓고 급하게 돌아다니지 않으니 지도를 볼 필요도 없이 골목길을 미로를 탐험하듯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는 게 즐거워 힘들 줄도 몰랐다.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아름다운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는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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