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로나

유럽대륙, 7번째 나라, 4번째 도시

by 해피썬

베네치아의 메스트레역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를 갈 수 있어 베네치아에 머무는 동안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이탈리아 도시 대부분이 그렇듯 베로나의 올드시티도 길 찾기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요 관광지와 만나진다.

그렇게 걷다 마주친 곳 중 하나가 줄리엣의 집으로 이곳은 상점들 사이로 난 작은 골목 같은 통로를 통해서 들어가야 해서 별생각 없이 걸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통로를 통해서 들어가면 한 건물과 작은 마당이 있고, 그 마당에는 줄리엣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줄리엣 동상의 가슴을 만지면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어 동상의 한쪽 가슴 부분만 반질반질하다.

누군가 만들어냈을 얘기를 믿는 건 아니지만 남들 다 찍는 사진 나도 인증으로 하나 남기고 싶어서 마침 줄이 줄어들었을 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보통 일행이 나 한번, 너 한번 사진 찍고서야 다음 일행이 사진을 찍는 식인데 앞서 그리스, 산토리니 2편에서 다툰 에피소드에서 말했듯이 남편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줄리엣 동상과의 사진은 내 사진만 남았다.


입장료를 내면 줄리엣의 테라스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있었는데 마당에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 로미오~
오 줄리엣~

이런 흉내를 내고도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자신이 없어 올라가지 않았다.


정작 여행을 하기 전에는 보지 않았던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을 오히려 베로나 여행 후에 보면서, 주인공이 줄리엣의 집에 들어가 사람들이 줄리엣에게 남긴 편지를 보는 장면 등을 포함해 베로나의 풍경을 다시 회상하며 보니 영화가 더 재밌었다.



다시 걷다 만난 피에트로 다리를 건너 아디제 강가의 벤치에 앉아 베로나의 중세풍 도시 전경을 잠시 바라보았다. 도시의 건물과 다리 등 현대적인 건물은 거의 없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왜 베로나를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삼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를 포함해서 길을 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현대적인 옷이 아닌 중세 시대 때의 옷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시간 여행을 옷 느낌을 받을 듯했다.


다리 건너 반대쪽을 산책하다가 광장 쪽으로 돌아가려는데 한 중년의 남성 연주자가 다리 위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디지털 피아노도 아닌 그랜드피아노를 어떻게 다리 위에 옮겼는지 완전히 집중해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을 정도로 멋스러웠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연주되는 소리가 아름답고 야외 음악회에 와있는 듯한 느낌도 들어 잠시 다리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음악을 감상했다.

피아노 앞쪽에 놓인 모자에 약간의 팁을 넣어 낭만적인 시간을 선물해 준 연주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베네치아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아직 여유가 있어서 광장 쪽을 둘러보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마켓, 심지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었다.

유럽은 크리스마스를 성대하게 보낸다고 듣기는 했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직 추수감사절이 한창이던 11월에 서서 유럽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라는 걸 몸소 경험하게 됐다. 크리스마스 마켓 말고도 그날의 진짜 의미인 예수님께도 진심이 되길 마음속으로 바라면서 베로나에서 첫 크리스마스 마켓, 그리고 그해 첫 크리스마스트리를 구경했다.


낭만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렸던 베로나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 메스트레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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