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3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숙소를 고를 때 항상 그렇듯, 우리가 방비엥에서의 숙소를 고를 때 고려한 건 '메인 여행자길(시내)까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위치인가'와 '금액이 적절한가'였다.
우리가 골랐던 잠미 게스트하우스(Jammee Guesthouse)는 그런 면에서 우리한테 딱 맞는 숙소였다.
메인 여행자길의 끝 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걸어서 5분이면 각종 여행사, 식당 등이 몰려있는 도로 중앙에 갈 수 있었다.
숙소별로 개인 발코니가 있어 옆에 다른 방과 붙어있지만 독립된 느낌을 주었고 빛이 잘 드는 더블룸이 1박에 15,0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또 메인 여행자 길이 밤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고 밝은데 비해서, 우리 숙소에선 풀벌레 소리만 들리고,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볼 수 있었고, 주변에 나무와 자연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보니 방문을 열면 초록의 식물들을 보면서 눈을 쉬게 할 수 있어 좋았다.
약간의 단점이라고 하면, 아주 작은 도마뱀들이,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방벽을 기어 다니면서 한 번씩 깍깍 소리를 내는 거였는데, 이것도 나중에 보니 동남아의 많은 숙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모기처럼 질병을 옮기는 것도 아니고, 바퀴벌레만큼 징그럽게 생긴 것도 아닌 데다 적당히 내보낼 수 있어서 같이 공존할만했다. :)
숙소에서 조식을 신청할 수 있음에도 굳이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저렴한 현지 음식을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어서였다.
우리가 비엔티안에서 맛있게 먹었던 까오삐약은 방비엥에서도 자주 사 먹었다.
특히 방비엥에 도착한 첫날, 어디가 맛집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조금 늦은 시간까지 연 식당에서 우리가 아는 까오삐약을 주문했는데 비엔티안 맛집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꽃청춘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사 먹었던 바게트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가 궁금해서 사 먹었고, 단 걸 좋아하는 나인지라 달콤한 바나나 로띠도 간식으로 여러 번 사 먹었다.
가장자리가 파여있는 특수 그릴에 가운데는 고기를 올리고, 가장자리에는 육수를 부어서 채소를 샤부샤부처럼 데쳐 먹는 "신닷"이라는, 우리나라의 삼겹살과 샤부샤부의 매력만을 모아 만든 음식이라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아는 맛이라 더 좋은 그런 음식이라 더운 날 불 앞에서 먹는데도 맛있게 먹었다.
'꽃청춘'에서 음식이 입에 안 맞아 힘들어하던 손호준 배우의 모습에 조금은 걱정도 했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먹었던 모든 음식이 입맛에 맞아서 방비엥에 있는 동안 먹고 싶은 것들을 실컷 먹었다.
현지 과일이 저렴해서인지, 단 시럽을 많이 넣어주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망고 주스, 파인애플 주스, 바나나 주스, 수박 주스 등 각종 열대과일 주스가 정말 맛있어서 수시로 사 먹었다.
한 번은 저녁시간에 좋은 분위기와 함께 음료를 마시고 싶어서 부티크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카페를 갔는데 가는 길의 야외 정원에 은은한 조명만 있는 길을 걷다가 "빠각"소리와 함께 뭔가가 밟혔다.
핸드폰으로 비춰보니 달팽이의 딱딱한 껍데기 쪽을 밟은 것이었다...
'달팽이를!'
'바닥을 보라고 바닥을!'
'그거 돌 아닌 거 같은데'
신박하게도 말을 만들어 잔소리를 해대는 우리 남편 덕분에 이날 저녁의 수박주스가 맛이 있었는지, 리조트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