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2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시카고에는 남편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것들이 많아 남편의 여행 만족도가 올라갔다.
시카고에도 뉴욕의 블루보틀처럼 유명한 커피 전문점이 있어서 커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 가보기로 했다.
인텔리젠시아 카페(Intelligentsia Cafe)인데 이곳 역시 블루보틀처럼 우리가 여행할 당시에는 한국에 들어와 있지 않아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을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를 배려해서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굳이 커피만 맛있는 카페에서 내 음료까지 사 먹을 필요도 없고, 해가 짧은 겨울의 시카고 여행 중 커피는 맛있지만 카페 내부자체는 특별한 매력이 없는 카페에 앉아 보내고 싶지도 않아 테이크아웃을 해서 나오기로 했다.
덕분에 남편은 맛있는 커피를 먹고, 나는 따뜻한 테이크아웃 잔을 손난로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
남편이 가기 전부터 설레어했던 또 다른 장소는 바로 유나이티드 센터(United Center)이다.
이곳은 사실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갈만한 여행지는 아님에도 남편에겐 굉장히 의미 있는 장소였는데 바로 미국 NBA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마이클 조던이 데뷔해서 가장 오래 농구를 해온 시카고 불스팀의 홈구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카고에 머무는 동안에 홈구장에서 농구 경기가 없어서 유나이티드 센터 자체는 조용했음에도 마이클 조던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보지 못하는 걸 아쉬워할 정도로 마이클 조던의 팬인 남편은 흥분 상태였다.
그 안에 들어가자마자 가운데 홀에 세워진 나이키 조던 로고의 모티브가 된, 골을 넣기 위해 공을 한 손에 높이 들고 다리를 쫙 벌린 채 점프를 하는 마이클 조던의 동상 앞에서 같은 동작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원래 미국의 농구장은 경기가 없어도 굿즈샵은 열어서 판매를 하는지, 아니면 이곳이 특별히 농구팬들이 마이클 조던 때문에 찾는 농구장이어서인지 모르지만 굿즈샵이 열려있어 그 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유나이티드 센터로 가는 버스 안에서부터 도착해서 마이클 조던의 동상 앞에서, 그리고 굿즈샵에서까지 돌아다니는 내내 나한테 마이클 조던의 업적을 읊기 시작하는 남편의 소리를 반은 한 귀로 흘려듣고 반은 농구 사랑에 세뇌되면서 재미있게 구경을 마쳤다.
미시간호수를 따라 잘 조성해 놓은 길을 걷다가 우리가 여행하기 몇 달 전에 시카고에 새로 생긴 애플스토어인 애플 미시간 애비뉴(Apple Michigan Avenue)에도 방문했다.
남편이 워낙에 애플 제품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을 여행하면서 애플스토어가 보이면 들어가서 안의 제품들을 체험해 보곤 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나는 점점 흥미를 잃곤 했다.
그런데 시카고에 새로 생긴 곳은 통유리로 된 창, 원목의 가구들이 어우러져 (실제로는 아닐 수 있지만)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어 공간자체가 아름다웠다.
통유리를 통해서 햇빛도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미시간 호수 바로 앞에 있다 보니 체험존의 큰 모니터 뒤로 보이는 호수의 모습이 자연과 첨단 기술의 조화를 한눈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남편이 이런저런 제품을 둘러보는 동안 나는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치 카페에 와있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곳들을 나도 함께 즐기고 나눌 수 있음이 행복했던 시카고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