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클라호마시티 2

북미대륙, 2번째 나라, 4번째 도시

by 해피썬

오클라호마시티는 조용한 지방도시라서 앞서 갔던 대도시처럼 볼거리가 많거나 할 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날이 따뜻해질 때까지 언니네 집에 머무르면서 잔잔한 일상을 보냈다.


언니랑 언니 아들이 아침에 학교를 가면 우리도 천천히 준비하고 나가서 동네를 돌아다녔다.

집 근처에 영화관이 있는 쇼핑몰이 있어서 우간다 이후로 못 가던 영화관을 7개월 만에 갔고, 그때 당시 개봉하고 있던 <블랙팬서>와 <레드 스패로우> 2편을 봤다.

처음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시간이 남아서 영화관 앞에 있던 오락실에서 농구게임을 했는데 오락실 내 게임기에서 점수에 따라 길이가 다른 종이가 나왔다.

오락기에서 갑자기 웬 종이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오락실에서 사탕이나 작은 장난감 같은 걸로 교환받을 수 있는 교환권이었는데 이걸 길게 받고 짧게 받는 걸로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

이 재미가 꽤 쏠쏠해서 그다음에 영화를 보러 갔을 땐 일부러 여유 있게 쇼핑몰에 도착해서 오락실로 직행했다. 이렇게 영화 시작 전에 오락실에서 게임하고, 영화 보고, 영화 끝나고 쇼핑몰에서 점심을 먹으니까 한국에서 데이트하는 기분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가는 언니를 따라서 동네 도서관을 가기도 하고, 언니 아들이 스케이트장을 주기적으로 다닌다 해서 우리도 따라갔다.

사실 뉴욕과 시카고의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구경만 하고 지나간 이유가 내 서투른 실력으로 타면서 연습하기엔 비싼 금액 때문이었는데 여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스케이트장이라 스케이트 대여비를 포함한 시간제한 없는 이용 금액이 1인당 12달러 밖에 하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스케이트를 연습하기로 했다.

스케이트를 타지 않는 언니는 옆 대기테이블에 앉아있기로 하고 초등학생인 언니 아들과 남편과 셋이 스케이트장에 들어갔다. 둘은 옆에서 씽씽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는데 넘어지는 게 무서운 나는 벽을 잡고 이동하면서 감을 익히고 조금씩 벽에서 손을 떼고 이동하는 연습을 하며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벽 안 잡고 스케이트 타기에 성공했다.

여전히 둘의 속도를 따라가진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왔다 갔다 하는 게 익숙해지고 나선 다 같이 손을 잡고 타기도 하고 시합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선 스케이트장에 항상 사람들이 많아서 부딪히는 게 무서워서 더 벽만 잡고 돌아다녔는데 이곳은 그런 염려가 없어서 더 재밌게 놀 수 있었다.



운전을 즐겨하지 않는 언니가 가끔 학교 친구들의 차를 카풀하고 가면 우리가 언니의 차를 쓸 수 있었는데 이럴 때는 마트에 다녀오기도 했다.

언니 집 근처네는 우리나라의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인 월마트(Walmart)와 샘스클럽(Sam's Club)이 있어서 서로 다른 마트 구경을 하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다양한 종류의 오레오를 보면서 다 사서 먹어볼지, 건강을 위해서 구경만 하고 참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갖고, 여행 중 편하게 입고 막 빨래해도 괜찮은 마트표 티셔츠가 3달러대로 세일을 하면 혹해서 사기도 했다.

언니네 집에 있으면서 숙박비가 절약되는 대신 식재료는 우리가 장 보러 갈 때 사서 냉장고에 채워놨는데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물건일수록 저렴한 미국의 마트에서 네 사람이 먹을 음식을 사니 가성비도 더 좋았다.


차로 오클라호마시티 시내에 있는 브릭타운(Bricktown)에 다녀오기도 했다.

워낙 소도시라 조용한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데 여러 음식점, 상점들과 운하를 따라 산책하는 곳도 있어서 따듯한 3월의 봄 날씨를 누리며 걸어 다녔다.

이곳에는 재밌게 조각상들이 몇 개 있었는데 19세기 개척 시대에 45명의 인물이 말과 마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대형으로 만들어놓은 랜드런 조각상(Centennial Land Run Monument)과 칠카소 지역 원주민 전사의 용맹함을 보여주는 조각상(Chickasaw Warrior Statue)이었다. 특히 랜드런 조각상은 조각상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뛰어나서 굉장히 역동적으로 보였고 야외 잔디 위의 말 타는 사람들의 모습은 긴박함이 더 생생하게 전달됐다.

생각지 못한 조각상과 산책로에 기분 좋아지는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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