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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썬 Sep 17. 2024

캄보디아, 씨엠립 2

아시아대륙, 5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앙코르와트를 가는 날!


새벽같이 일어나서 전날 신청해 놓은 조식 도시락을 받았다.

대부분 씨엠립에 오는 사람들의 목적지가 앙코르와트고 보통 일출, 일몰 투어가 있다 보니 이 지역 호텔에서는 무료 조식 서비스뿐만 아니라 새벽 일찍 도시락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아서 우리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전날 툭툭 기사님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서 나가니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아직 해가 뜨기 전, 깜깜하고 한적한 도로를 툭툭으로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입장 패스를 끊기 위해서 먼저 매표소로 갔다.

툭툭 기사님들 같은 현지인들은 입장료가 없는데 외국인들의 입장 패스는 1일권이 1인당 37달러였고, 이것도 같은 해 1월까지만 해도 20달러였던 게 거의 두 배로 오른 거라 속이 쓰렸다. 

비싸다고 안 갈 것도 아니고, 불공평하다고 불평해 봐야 나만 여행 기분을 망치는 거라 양도 방지를 위해서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프린트된 입장권을 "기념품을 구매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신승리 1)



아마 앙코르와트에 대해서 안다면 바로 떠오르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다섯 개의 봉우리 탑이 그 앞 연못에 비춰서 아름다운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모습!

이것을 보기 위해서 아직 깜깜할 때 도착한 우리는 연못 앞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뜨면서 점점 다섯 개의 탑이 뚜렷해지고 태양의 빨간색과 대조되는데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처음엔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예능 "아주 사적인 동남아"에서도 나왔듯 어두운 데서 찍다 보니 사진으로는 눈으로 보는 만큼 잘 담아낼 수 없어서 결국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광경을 눈에 담았다. 



사실상 이걸 보기 위해서 앙코르와트에 오는 거라서 같은 공간에 좀 더 머무를까 생각을 했다가 기왕 입장료를 낸 거 다른 곳도 더 구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뜨고 나면 그늘 없고 큰 사원을 돌아보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사원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제일 반가웠던 곳은,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였던 타프롬 사원이었다. 

오랜 세월 자라 엄청난 크기가 된 나무와 그 뿌리들이 사원 곳곳을 아예 뚫고 나와 둘러싸고 있는데 꼭  정글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나는 세상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이런 장소를 알고 영화 촬영까지 했을까? 진짜 대단하다."


이런 생각만 했던 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앙코르 사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탑에 올라가 보기 위해서 줄을 섰는데 갑자기 안내인이 우리에게 와서 옷차림 때문에 탑에 올라갈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


보통 사원은 남자보단 여자들의 옷차림을 단속하기 때문에 내가 문젠가 싶어서 긴 바지인데 왜 못 올라가냐 물으니, 이곳은 신성한 곳이라 "어깨"가 드러나면 입장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내가 아니라 우리 남편의 옷차림이 문제가 됐다.


우리 남편, 운동할 때 빼고 민소매티 안 입는 남자.

동남아의 더운 날씨와, 자유분방한 여행객들을 계속 보더니 자기도 반팔 티셔츠 중에서 하나를 민소매티를 만들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하필이면 어젯밤, 고민을 그치고 가위질을 실행에 옮겼다. 

자기가 만든 민소매티를 입어보며 DIY 잘 어울리냐고 신나 했었는데 입장을 못 하게 할 줄이야.


앙코르 내에 다른 유적지에서는 손수건 두 개를 연결해서 어깨를 가리면 그걸로 입장을 시켜줬는데 이 탑만큼은 무조건 제대로 된 옷으로 가려져야 한다 해서 올라갈 수 없었다.


나만 올라간다면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남편과의 의리를 생각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

(정신승리 2 절대 계단이 엄청 많고 대기도 길어서 그런 거 아님)


한낮의 더위에 지쳐서 더 이상의 구경은 어렵다 생각될 때 툭툭 기사님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티비, 책으로만 보던 곳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내 발로 걷는 행복을 누린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낄 때가 많은데, 이날도 천년 유적지인 앙코르와트를 직접 가보았다는 사실에 마음에 감사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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