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6번째 나라, 3번째 도시
바라나시에 도착해서는 예약한 숙소에서 차로 픽업을 나와주기로 해서 긴장을 풀고 있었다.
인도에 들어온 이후 계속 고생을 했으니, 바라나시에서는 갠지스 강에 가까운 좋은 숙소에 묵자 해서 예약한 숙소이고 분명 기차역에 차로 픽업을 나와준다고 했는데..
사실은 인도를 떠나고 싶어 하던 우리의 등을 떠밀어주고 싶었던 걸까?
숙소에서 픽업을 나오지 않았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다른 여행객들처럼 바로 이동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있는 우리를 보고 바라나시역 여행자 안내센터 직원분이 오셔서 호텔에 전화연결을 도와주셨는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
덥고, 가방은 무겁고, 연락이 안 됨에 슬슬 짜증이 올라온 우리는 더는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알아서 찾아가자고 결정했다.
툭툭을 찾기 위해서 역 광장 쪽으로 가니 역시나 툭툭 기사들이 우리에게 몰려들어서 호객행위가 시작됐다. 적당한 흥정 끝에 한 툭툭을 결정해서 타고, 더 이상 차가 들어올 수 없는 바라나시의 골목길 앞에서 내렸다.
무거운 배낭을 들고, 구글 길 찾기도 잘 안 되는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길에 쓰러져 자는 많은 개들(광견병이 있을 확률이 높고, 밤이 되면 일어나서 사람들을 물기도 한다.) 사이를 지나, 소의 길막도 기다려가면서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직원에게 예약한 픽업을 왜 안 나왔냐고 컴플레인을 하자 호텔 직원의 반응,
"뭐가 문제니? 너네 이렇게 잘 도착했잖아? 숙소 체크인 도와줄게"
이런 반응 앞에서 더 컴플레인을 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다른 숙소로 옮겨가고 싶었지만, 인도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그 지역 기준 가장 비싼 에어컨방값을 이미 지불한 상태였고, 환불은 당연히 안 해줄 거라 일단 예약한 2박은 여기서 보낸 후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다행히 방의 컨디션은 괜찮아서 얄미웠던 호텔직원들만 안 마주치면 호텔에 있을만했다.
대신 우리는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인도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할 항공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맞다! 바라나시 여행을 하면서 앞으로의 인도 일정을 정해보자 했던 우리는, 바라나시에 도착한 첫날, 첫 숙소에서 인도 여행을 중단하고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처음 인도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우리한테 인도가 "호"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인도에서 가보려고 표시했던 도시들을 여행지 목록에서 지워버리고, 바라나시에서 우리가 계획했던 다음 나라까지 바로 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남편과 인도 탈출을 위한, 그 와중에 그 당시 제일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 예약한 후에야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나시를 구경하러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