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6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인도의 바라나시는 인도인들이 신성시 여기는 갠지스강이 있어서 더 유명한 곳이다.
이들은 이 신성한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그 물을 마시고, 또 화장을 한다.
한쪽에선 장례를 치르고 시체를 화장하는데 한쪽에선 아이를 씻기고 물을 마시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위생을 먼저 생각했던 걸 보면, 그때의 난 인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마음이 없었던 거 같기도 하다.
바라나시 식당들, 특히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갠지스강의 물로 음식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사람을 화장한 물로 만든 음식을 먹다가 탈이 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현지 식당을 이용했던 것과 다르게 바라나시에 있는 동안에는, 한식당 또는 생수를 사용한다고 알려진 식당에서만 식사를 했다.
배낭여행자들이 인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인데, 우리가 매번 찾은 식당이 현지 식당에 비해서 비싸다 보니 바라나시의 체류비가 동남아의 체류비보다 많이 나와 우리한테 인도는 또 한 번 매력을 잃었다.
다행히 그 와중에 좋은 것도 있었다.
먼저, 내가 처음 세계일주를 꿈꾸게 했던 책,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에서 한비야 작가님이 보트 투어를 했던 인도인, 철수씨를 만났다.
한비야 님이 한국인 이름까지 지어준 철수씨는 처음엔 책 속 인물을 실제로 만난다는 것 자체로 인도를 여행하는 한국인에게 유명해졌다.
철수씨는 알아서 손님으로 찾아오는 한국인들을 호구로 보는 대신 찾아오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꾸준히 한국어 공부를 했고, 보트 투어를 하면서 한식당까지 운영하기 시작했다.
정직하게 운영하는 철수씨의 보트 투어는 인도 현지인이 한국어로 인도인의 삶과 신앙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친절하게 여행정보까지 주다 보니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또 좋았던 건 맛있는 라씨였다.
굉장히 꾸덕꾸덕한 요거트에 원하는 과일 토핑을 골라서 먹는 거였는데 정말 그동안 먹은 요거트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맛있었다.
바라나시 도착 후 현지 식당은 안 찾던 우리였고, 라씨를 먹기 전에도 고민을 했지만 이건 그래도 꼭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도전했는데 안 먹었으면 후회할 맛이었다.
골목을 왔다 갔다 할 때 한 번씩 꼭 사 먹었고, 한국에 와서도 그 맛이 한 번씩 생각나서 우리나라에도 인도 현지식으로 라씨를 판매하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갠지스 강 가인 가트에 앉아서 멍 때리는 것도 좋았다.
처음 2박을 했던 숙소뿐 아니라 옮긴 숙소까지 바라나시의 숙소는 모두 호텔에서 가트로 바로 길이 이어질 정도로 위치가 좋아서 한가하게 있고 싶을 때는 골목길이 아닌 가트 쪽으로 나왔는데, 가만히 앉아서 갠지스강에 있는 인도인들을 바라보면 사람 많고 북적거리는 공간을 떠나서 조용하게 있는 그 시간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날엔 철수씨 외에도 친절한 인도인을 만났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좁은 골목에 소가 대각선으로 서서 길을 완전히 막고 있었다.
소를 신성하게 여긴다는데 우리가 함부로 소를 움직이면 안 될 거 같아서 기다리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인도 현지인이 나타나서는 소의 엉덩이를 살짝 치면서 길을 열어줬다.
괜찮으니 얼른 지나가라며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소의 방향을 막아서주기도 했다.
이 정도로 뭘 친절까지 말하냐 할지 모르겠지만, 인도에서 아무 대가 없이 선의를 베푸는 것을 경험한 것도 처음이었고, 특히나 외국인을 위해서 나서준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리에겐 큰 의미로 다가왔다.
"떠날 때가 되니까 인도의 좋은 점도 보게 되네~ 저 아저씨를 첫날 만났으면 인도 여행을 좀 더 길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이 생각은 인도 떠나는 날 분명 공항행 택시비를 모두 호텔에 지불했음에도 택시 기사가 기름값을 더 요구 해서 호텔에 확인 전화까지 하면서 진을 뺀 후에 싹 사라졌다.
후.. 얼른 인도를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