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안 보이는 사람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6.

by 소년의 초상

줄은 이미 앞으로 가고 있다.
느리지만, 멈춰 있지는 않다.
그걸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




뒤에서 가볍게 닿는다.
어깨도 아니고
몸도 아닌데
분명히 밀린 느낌이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다.
두 번부터는 습관이다.
세 번째쯤 되면
의도가 된다.


앞사람의 속도를
몸으로 조정하려는 방식이다.
말 대신 압력으로.


효과가 있을 거라고
꽤 오래 믿어온 태도처럼.


줄은 늘 같은 간격으로 움직인다.
앞이 빨라지면
뒤도 같이 빨라진다.
그 원리를 설명하긴
조금 귀찮다.


괜히 한 발 앞으로 간다.
다시 닿는다.

그 사람은 가까워졌다고
안심하는 표정이다.


자리가 줄어든 게 아니라
거리만 줄었는데도.


뒤꿈치가 자꾸 신경 쓰인다.
넘어질 일은 없지만
편해질 일도 없다.

줄을 서는 일이
작은 버티기가 된다.


그 사람은 아마
미는 줄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은 곧 끝난다.

각자 계산하고
각자 흩어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 시동을 걸며
찬찬히 생각한다.


줄을 서는 건
앞사람을 재촉하는 일이 아니라
같이 기다리는 일이라는 걸.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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