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실방귀 뀌는 사람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15.

by 소년의 초상

소리는 없다.
그래서 더 늦게 알아차린다.
공기가 먼저 반응한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에어컨 때문일 수도 있고
잠깐 스친 냄새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한 번 넘긴다.

그런데 다시 온다.
방향이 분명해진다.
누군가는 가만히 앉아 있고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이다.


실수처럼 보이지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의자에 깊게 기대고
자세는 더 편해진다.
그게 신호다.


주변은 조용히 움직인다.
누군가는 다리를 꼬고
누군가는 물을 마신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쪽이 더 이상해질 테니까.


그 사람은
걸리지 않았다는 데
안도한 표정이다.

소리가 없으면
없던 일이 된다고 믿는 쪽이다.


공기는 금방 빠져나가지 않는다.
창문도 없고
타이밍도 없다.
같은 공간을 쓰는 사람들만
잠깐 버틴다.


나는 괜히
의자를 조금 당긴다.
숨을 짧게 쉰다.
필요 없는 적응이
하나 더 늘어난다.


실방귀는
몸의 문제라기보다
처리의 문제다.


사과할 수도 있고
자리를 비울 수도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그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회의를 이어간다.


말은 계속되지만
공기는 이미 다르게 흘렀다.

같이 있다는 감각은
이럴 때 가장 분명해진다.


누군가는 편해지고
누군가는 참고 있다는 걸
아무 말 없이 공유할 때.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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