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20.
딱 한 번 마주친다.
말도 없고
사정도 없다.
그냥 스쳐 지나간다.
시선이 먼저 온다.
짧고, 날카롭다.
무언가를 묻는 것 같지도
답을 원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남겨두고 가는 표정이다.
고개는 멈추지 않는다.
발걸음도 그대로다.
몸은 이미 지나가는데
눈만 잠깐 되돌아본다.
확인이라기보다는
처리처럼.
괜히 주변을 본다.
내가 뭘 했나 싶어서.
서 있던 자리,
손에 들린 것,
방금의 표정까지.
아무 일도 없다.
길은 그대로고
사람들도 그대로다.
문제는 없었는데
느낌만 남는다.
그 사람은
하루에 그런 시선을
여러 번 쓰는 얼굴이다.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기분을 전하는 데
익숙해 보인다.
나는 속도를 조금 늦춘다.
뒤를 보지는 않는다.
다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아서.
지나가면서 남긴 신경질은
돌아오지 않는다.
설명도 없고
정리도 없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말은 안 했는데
한마디 들은 기분.
그 정도면
충분히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