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을 잃어가는 한국경제

by 임 윤

고착화되는 저성장 기조


2023년 하반기 일본의 한 언론매체가 ‘한국은 끝났다(韓国は終わった)’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1]

를 냈다. 한국 언론에서 중국경제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에 대해 종종 언급하는데, 남의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라 한국경제도 정점을 지나 후퇴할 일만 남았다는 게 기사의 요지이다. ‘피크 코리아(Peak Korea)’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데이터를 근거로 한 주장이어서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그 기사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2022년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는데,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22년 세계 12위이지만 2050년에는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 인구가 젊고 많은 신흥국 경제가 부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15년 전인 2007년에는 한국의 경제 규모가 2006년 세계 11위에서 2050년에는 세계 13위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2050년 세계 15위권 밖과 세계 13위,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골드만삭스의 시각이 크게 바뀐 것이다.

15년 사이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 기관의 시각이 크게 바뀐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경제의 성장률 둔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한국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1990년대 7%에서 2000년대는 4.4%로 떨어졌고, 2010년대 이후에는 3% 수준으로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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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20년대는 2020년~2023년

자료: 한국은행

(그림 4.1.1) 한국경제의 연평균 성장률 추이


특히 2020년대 들어 성장률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국경제가 구조적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020년 이후 실질국내총생산(실질 GDP)이 계속해서 잠재 GDP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 GDP는 한 나라가 모든 생산요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해 인플레이션 유발 없이 달성할 수 있는 GDP 규모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낸다. 실질 GDP와 잠재 GDP 간 차이인 GDP갭(실질 GDP-잠재 GDP)이 양(+)이면 경기 과열(인플레이션) 상태이고, 음(-)이면 경기 침체(디플레이션) 상태를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갭은 2020년부터 계속해서 음(-)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기초 체력’ 대비 부진한 성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는 뜻이다. 2001년 이후 한국의 GDP갭이 2년 연속 음(-)인 경우가 없었는데 이례적인 일이다. 음(-)의 GDP갭이 지속되는 것은 경기 순환적, 단기적 경기 하강이 아니라 구조적, 장기적 경기 침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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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GDP갭률=(실질 GDP-잠재 GDP)/잠재 GDP

자료: OECD(2024.5). Economic Outlook

(그림 4.1.2) 한국의 GDP갭률 추정 결과


OECD에 따르면 잠재 GDP의 증가율, 즉 잠재성장률도 계속해서 하락 추세이다. OECD 추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1년 5.4%에서 2024년 2.0%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2024년 잠재성장률 2.0%는 경제 규모에서 한국의 15배가 넘는 미국의 잠재성장률(2.1%)보다 낮은 것이어서 충격적인 수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들은 8% 내외의 고속 성장기를 경험했다. 1985년 100만 대였던 자동차 등록대수는 1992년 500만 대, 5년 뒤 1997년에는 1천만 대를 돌파했다.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가 그만큼 빨랐다. 하지만 2020년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들의 자녀들은 2% 미만의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 세대 사이에 한국경제는 고성장기에서 저성장기로 넘어가는 기로에 서 있다.



위기의 원인은 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이유로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이 꼽힌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거나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의 향상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투입 확대에 한계가 있는 것은 물론 이를 보완해 줄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① 생산연령인구 감소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이미 2020년에 5,184만 명의 정점을 지나 감소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2040년에는 5,006만 명으로 5천만 명 선에 턱걸이하고, 2050년에는 4,711만 명(현재의 9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성장률은 2035년까지는 연평균 -0.16%로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유지하겠지만, 이후 2040년 -0.38%, 2050년 -0.82%로 감소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2].

생산연령인구(15세~64세)는 총인구보다 2년 빠른 2018년에 3,763만 명의 정점을 지나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가 은퇴하면서 2030년 생산연령인구는 2024년 대비 216만 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연령인구에서 충청남도 인구 정도가 빠지는 셈이다. 또한 총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의 비율은 현재 70%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51.9%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연령인구가 총인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다.

장기적인 인구 감소 추세는 기본적으로 낮은 출산율에 기인한다. 사실 산업화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육체노동보다 지식 노동이 더 중요해지면서 교육비 등 양육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녀를 덜 낳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출산율 하락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1960년 5.95명이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3]은 1983년 인구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구대체출산율(2.1명)을 밑도는 2.06명으로 떨어졌다. 당초 정부의 목표는 1986년까지 합계출산율을 인구대체출산율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었는데, 3년 앞당겨 목표를 달성한 것이었다.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가족계획을 강도 높게 추진한 결과였다. 하지만 출산율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급기야 2018년(0.98명) 1명 밑으로 내려갔다. 202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이다. 또한 OECD 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 밑으로 내려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인구구조 고령화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1970년 이후 인구구조 고령화의 70%는 저출생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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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세계은행(World Bank)

(그림 4.1.3) 한국, OECD 및 세계 합계출산율 추이


출산율 하락에는 경제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 정책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인들은 결국 청년층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연관된다. 미래가 불안하면 결혼이나 출산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한국의 출산율이 유독 낮다는 것은 한국의 청년층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세계 여타 국가들 대비 크다는 의미이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청년층이 처음 경험하는 것은 취업 불안이다. 취업은 자기 스스로 벌어서 소비하고 저축하는 자립적 생활과 결혼으로 가는 출발선인데, 한국의 청년층은 여기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딪히는 것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청년층(15세~29세)의 고용률은 46.6%로 OECD 평균(54.6%)보다 8%p 낮다. 자격증 취득 등 취업을 준비하느라 대학을 졸업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2007년 46개월에서 2022년 52개월로 반년이나 늘어났다. 취업에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특별한 사유 없이 그냥 쉬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의 ‘쉬었음’[5] 인구는 2016년 27만 명에서 2018년 31만 명, 2024년 42만 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자산 버블 붕괴 시기 일본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층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층 신규채용일자리[6]는 2021년 152만 개에서 2023년에는 144만 개로 줄었다. 경기 침체의 충격은 사회에 뿌리를 내린 기성세대보다 그렇지 못한 청년층이 더 많이 받는다. 이는 경제 활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청년층의 미래만 불안한 게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래도 불안하다.


②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 둔화


향후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생산연령인구가 줄면서 노동투입이 감소하는 것은 자명하다.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투입의 기여도는 2030년대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7]. 자본투입의 기여도도 한국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인구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은 투자증가율을 더욱 제약할 것이다. 한 마디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통한 경제 성장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고 어느 정도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현재 추세를 보면 이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70년~2022년 한국경제의 성장 요인을 생산요소(노동, 자본) 투입의 기여 효과와 총요소생산성의 기여 효과로 분해해 분석한 연구 결과[8]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는 1980년대 2.9%p에서 2010년대는 0.6%p, 2020년대(2020년~2022년)는 0.2p까지 떨어졌다. 기여율은 1980년대 30.9%에서 2000년대는 41.9%로 높아졌다가, 이후 2000년대는 20.5%, 2020년대는 7.5%로 크게 떨어졌다. 2000년대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는 노동투입 대비 3배 이상이었으나 2010년대 이후에는 노통투입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즉,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 감소가 2010년대 이후 한국경제 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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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조태형(2023.12).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 성장전략. BOK 경제연구, 2023-25. 한국은행.

(그림 4.1.4) 시기별 경제 성장률 및 요인별 성장 기여도


총요소생산성은 경제 성장에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체적 둔화 원인이나 향후 추세를 명시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2010년대 이후 총요소생산성의 둔화 원인으로 투자 및 수출 부진, 주력 제조업의 성장 둔화, 생산성 낮은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 기업의 역동성 약화, 무형자산의 파급효과 축소, 배분 효율성 저하 등 다양한 요인들이 제시되고 있다. 한 마디로 전반적인 경제 체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추세적으로 둔화되는 총요소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상시적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기술 진보를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생산성을 제고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혁신의 창출을 더욱 촉진해야 한다.





< 참고 자료 >


[1] Money1(2023.11.13). 韓国は終わった. https://money1.jp/archives/116265

[2] 통계청(2023.12.14).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

[3]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4] 나머지 30%는 기대수명 연장이 기여(우해봉(2023). 인구 고령화의 인구학적 요인 분석. 보건사회연구, 43(1), 50-68.)

[5] 비경제활동인구는 육아, 가사, 교육, 취업준비, 치료 등 사유가 있는 인구 외에 특별한 사유 없이 그냥 쉬는 인구도 포함한다(‘쉬었음’으로 분류).

[6] 당해 연도에 이직∙퇴직이 발생했거나 기업 신설∙사업 확장으로 일자리가 생겨 새로 채용된 청년층이 점유한 일자리(대체 일자리 + 신규 일자리)

[7] 이은경, 천동민, 김정욱, 이동재(2024.12.19).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BOK 이슈노트, 2024-33. 한국은행

[8] 조태형(2023.12).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 성장전략. BOK 경제연구, 2023-25.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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