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위기 극복의 열쇠

by 임 윤

스타트업은 또 다른 성장 엔진


최근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주력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주력 산업의 주도권을 한국에게 상실한 1990년대~2000년대 일본경제의 상황과 닮았다. 이제는 한국경제가 주력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 등 신흥국에게 빼앗길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AI), 로봇 등 차세대 유망 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 스타트업들이 뛰어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한국경제가 차세대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흔히 기업을 국가 경제의 성장 엔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국가 경제는 두 개의 엔진으로 나는 쌍발엔진 비행기와 같다. 하나의 엔진은 현재 주력 산업을 책임지는 기존 기업이고, 또 다른 엔진은 차세대 성장 분야를 담당하는 스타트업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기존 기업이라는 엔진에 의존해 비행해 왔다. 이제 그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데, 스타트업이라는 엔진은 아직 뜨거워지지 않았다. 한국경제라는 비행기가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비행하기 위해서는 두 엔진 모두의 성능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막고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 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고 취약한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스타트업은 기업 생태계의 강건성(robustness)을 제고하고 생산성 둔화, 청년실업 등 한국경제의 당면 위기를 해결할 열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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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5.1)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 강화를 위한 과제



스타트업은 기업 생태계의 강건성을 제고


강건성(robustness)은 예측하기 어려운 내∙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한마디로 충격에 견디는 능력이다. 앞서 국가 경제를 쌍발엔진 비행기에 비유했는데, 승객 수송이 목적인 여객기는 엔진이 최소 2개 이상이어야 한다. 엔진이 하나일 경우, 만에 하나 엔진에 이상이 생기면 승객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쌍발엔진 여객기는 엔진 하나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엔진으로 가까운 공항까지 충분히 비행할 수 있다. 비행 항로를 목적지까지의 최단 거리가 아니라 유사시 엔진 하나로 갈 수 있는 반경 안에 대체 공항이 있도록 설계하기 때문이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승객들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기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더라도 스타트업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면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노키아 몰락으로 받은 경제적 충격을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로 극복한 핀란드가 이를 말해준다. 또한 미국이 60% 이상이라는 압도적 시장점유율로 팹리스(Fabless) 반도체[1] 산업을 주도하는 것도 팹리스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서 경쟁력이 많이 약화되었지만, 팹리스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에도 주도권을 쉽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는 AMD, 퀄컴, 엔비디아 등 세계적 팹리스 기업들이 많기도 하지만, ‘포스트 퀄컴’, ‘포스트 엔비디아’를 꿈꾸는 수많은 팹리스 스타트업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의 경쟁력이 어느 수준 이상 높다면, 양쪽이 상호작용하면서 전체 기업 생태계의 강건성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

첫째,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에 혁신적 기술 혹은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 2021년 4월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애플, 구글(알파벳), 페이스북(메타), 아마존 등 빅포(Big 4) IT 기업들이 사실은 혁신보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2]. 예를 들어, 애플은 창업 이후 자사 사업 영역에서 21건, 신사업 분야에서 96건의 M&A를 실시했다.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앱스토어(App Store)’, 음성인식 시스템인 ‘시리(Siri)’가 M&A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따르면 구글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무려 261건의 M&A를 단행했다[3].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패권을 장악했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던 ‘유튜브’ 인수를 통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의 맹주가 됐다. 또한 직원 수 50명에 설립된 지 4년도 안된 영국의 작은 스타트업인 ‘딥마인드’를 5천억 원 이상의 거액에 인수함으로써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이제 자체적인 내부 혁신만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지나고, M&A 등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들이 M&A 등 개방형 혁신을 추진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이다. 물론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성장하면서 ‘스타트업’이란 딱지를 떼고 기존 기업의 일원이 되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도 있다.

둘째, 기존 기업들은 유망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스타트업의 창업 및 성장을 지원한다. 기존 기업의 연구팀이 스타트업으로 분사하거나 혹은 퇴직자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한다. 또한 기존 기업들의 스타트업 M&A는 스타트업의 창업 및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대규모 매각에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의 성공신화는 우수 인재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촉진하고, 매각 대금은 스타트업 창업에 재투자되기도 한다.

이처럼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호 작용은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는 전체 기업 생태계의 강건성 및 국가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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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5.2)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호작용에 따른 효과



스타트업은 생산성을 제고하고 청년실업 해결에 기여


앞서 한국경제가 생산연령인구 감소, 생산성 하락 등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을 살펴봤다. 향후 생산연령인구가 추세적으로 감소하면서 노동 투입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절실한데 이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또한 앞에서 연령이 적은 기업이 연령이 많은 기업 대비 생산성 증가율이 더 높다는 것도 살펴봤다. 이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기업이 생산성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의 창업률

[4]은 2010년대 이후 정체 혹은 하락하고 있다. 2007년 17.9%였던 창업률은 2013년 13.9%로 감소한 후 14%~15%에서 정체하다가 2023년에는 12.7%로 하락하였다. 한국은 신생 기업의 생존율도 낮기 때문에 창업률 하락은 젊은 기업의 수를 감소시켜 한국경제의 생산성 둔화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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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창업률 = (신생기업수 / 총활동기업수) x 100

자료: 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

(그림 4.5.3) 한국의 창업률 추이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을 활성화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생산성이 높은 젊은 기업의 수를 증가시켜 한국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제고할 것이다. 또한 스타트업은 창업 및 성장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고용 확대에도 기여한다. 특히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연령이 적은 젊은 기업일수록 젊은 사람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고용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적 방안이 될 것이다.




< 참고 자료 >


[1] 반도체 산업이 태동한 이후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생산-판매를 자체적으로 수행했다. 이들을 종합반도체기업(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라고 한다. 198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 공장(Fab)을 짓고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 기업과 설계한 칩을 외주 생산해 판매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 생겨났다.

[2] Washington Post(2021.4.21). How Big Tech got so big: Hundreds of acquisitions.

[3]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mergers_and_acquisitions_by_Alphabet

[4] 당해연도 전체 활동기업 수에서 새로 창업된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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