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의 인간 추모 1
“특이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를 뜻한다.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이 때, 비즈니스 모델부터 인간의 수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갖 개념들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죽음도 예외가 아니다.” -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
‘부고’(訃告) 또는 ‘부음’(訃音)은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이나 통보를 가리킵니다. 가족 중 누군가 임종을 맞게 되었을 때 서둘러하게 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고인과 유가족의 지인에게 부고를 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때로 누구에게까지 전해야 할지 그리고 혹시 잊고 전하지 못한 사람은 없는지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장례식장을 정하고 입관일과 발인일 그리고 장지(葬地) 등이 결정되면 이제 부고 전달에 필요한 내용이 갖춰집니다.
요즘 부고에는 고인의 이름, 사망연월일, 자손의 이름, 발인일자, 장지의 위치 등을 명기합니다. 장례식장 입구와 개별 조문 공간 앞의 스크린에서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로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리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부고기사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일반적인 형식의 단순 부고기사에는 고인과 유가족의 이름, 발인장소, 연락처 등을 기록하는 반면, 사회적으로 알려진 분의 죽음에 대한 추모 형식의 부고기사가 있습니다. (이완수, 『부고의 사회학』(서울: 시간의물레, 2017), 251.)
특허청 보도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장례·추모 서비스 특허출원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2016년까지 연간 10여건에서 2017년부터는 연간 2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허청 보도자료>, 2019년 7월 31일자.)
출원된 특허의 서비스 내용으로는 가상공간에 빈소를 구축하고 구축된 가상공간의 빈소에 대한 안내를 발송하며, 조문 및 조의금을 지불하고 추모록을 작성할 수 있는 가상 장례식장 구축 시스템인 ‘가상조문 서비스’가 있습니다.
또한 가상·증강현실 기반으로 사이버 묘지를 구축하고 가상공간 상의 사이버 묘지 공간에서 추모하고자 하는 위인·고인에 관련된 이미지, 동영상 및 아바타를 이용하여 제례 및 추모 의식을 수행하는 서비스인 ‘장례 후 가상추모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부고장 또는 장례식장 입구에 부착된 태그를 조문객 단말기로 인식하여 장례와 관련된 안내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례 시스템과 상주의 예산에 맞는 장례물품의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제공되는 장례물품의 검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상주 주도형 장례서비스 제공 방법인 ‘맞춤형 장례지원 서비스’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유족이나 조문객 모두가 시간과 거리에 관계없이 편안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라고 특허청은 분석했습니다.
또한 가상·증강현실과 같은 정보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고유의 전통을 살리면서 편리성 높인 새로운 장례문화가 확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사용하게 될 부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을 통해 생명연장을 이룬 인간이 사물인터넷(IoT)으로 인공지능(AI) 로봇과 소통하며 편리한 일상을 영위하면서 물리적 세계만이 아닌 가상현실(VR)을 경험하고 가상세계(Virtual Worlds)에까지 삶의 영역을 넓혀갈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이러한 일상의 다양한 변화를 더욱 가속시켰는데, 한편에서는 이미 와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과 방역조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불편함을 그나마 극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일상에서 비대면 방식에서도 가능하도록 디지털화되었으며 상호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직까지 우리의 일상은 오프라인 세상보다는 온라인 현장에서 대부분 이루어집니다. 그럼에도 점차 늘어나는 디지털화된 세상의 경험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소통에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우려가 예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즉 세상이 더욱 디지털화되고 첨단 기술화될수록, 오히려 친밀한 관계 및 사회적 연대를 통한 인간적인 감성을 더욱 갈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개인과 집단이 기술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현실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삶의 곳곳에 뿌리내리게 될 미래 시대에 고인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부고는 어떻게 바뀌고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요?
먼저, 고인의 이름 옆에는 괄호 안에 또 하나의 이름을 적을 수도 있습니다.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던 또 다른 나, ‘아바타’의 이름입니다.
사망연월일은 신체의 활동이 멈춘 생물학적 사망일이 아니라, 인공장기의 작동을 중단한 날을 기록할지도 모릅니다. 인공장기로 가능해진 생명연장으로 죽음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인일자와 장소는 위성항법장치(GPS) 상의 주소만 아니라, 장례예식을 중계할 인터넷 사이트 주소 또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가상세계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인을 최종적으로 모실 장소인 장지를 적을 공간에는 지도상의 위치를 적거나, 아니면 빈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을 통해 현실감 있게 고인을 만날 수 있기에 따로 장지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좀 과한 상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일상의 삶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개인만 아니라 사회, 전 지구적인 삶의 변화는 충분히 그려볼 수 있습니다.
죽음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예식과 추모와 같은 활동은 삶과 분리되지 않는 일상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한 부분으로서의 죽음에 이런 일상의 변화가 이미 반영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삶과 함께 준비해야 할 죽음
오늘날을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교수였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2015년 12월 12일 자,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잡지에 기고한 글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hat It Means and How to Respond”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이후 슈밥은 젊은 글로벌 리더들에게 세계경제포럼의 주요 의제로 ‘4차 산업혁명’을 제안할 것임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주요 의제로 4차 산업혁명을 다룹니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물리, 생물 영역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기술들의 융합으로 특징 지울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유신, 『과학기술혁명: 과학혁명과 4차 산업혁명』(파주: 자유아카데미, 2020), 245-246.)
그리고 그런 기술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나노 기술, 바이오 공학 등을 꼽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16년 3월에 열린 구글 딥마인드(DeepMind)에서 제작한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계기가 되어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일상만 아니라, 죽음의 순간과 누군가의 죽음 이후의 의례까지도 바꾸어 놓았고 앞으로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장례와 관련된 일들에 있어서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로 유가족은 모바일을 통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에게 부고를 알립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되었습니다.
또 조문객은 금융과의 융합에 의한 핀테크(FinTech)로 직접 장례식장을 찾지 않고도 인터넷 송금을 통해서 조의금 전달이 가능합니다. 어느 때든지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도 조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 중계되는 장례예식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지속적인 발생으로 일정 인원 이상의 사람이 모이는 것이 제한된 상황에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장례식의 이모저모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고인이 살아온 삶에 대한 빅데이터(big data)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으로 온라인에서 저장 및 활용되어 언제든지 어디에서라도 접할 수 있다면, 고인을 기억하기 위한 장례식과 추모의 의례 또한 지금의 모습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명절에 성묘객의 이동을 줄이기 위해 만든 인터넷 가상세계(Virtual Worlds)에서 성묘와 제사가 가능해지면서 묘지나 선산을 직접 찾지 않고도 예의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기술로 죽은 사람을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불러와 상호 교감하게 될 것이니까요.
일상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가져온 상(喪)·장(葬)·례(禮)의 변화입니다.
미래학자들 중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져다 줄 인간 강화로 인간은 점차 기계화되어 로봇과 구별하기 어려운 사이버 인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또한 기계는 보다 인간에 가까워져 인간 고유의 특성까지도 닮은 새로운 인간이 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으로 포스트휴먼(posthuman)과 같은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게 된다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과 함께 죽음의 대한 정의를 새롭게 묻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미래의 인류 역사에 있어서 생명연장과 불멸이라는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시도는 계속 이루어질 것입니다. 여기서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삶이 낳을 여러 문제가 예상됩니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서의 삶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듯,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죽음을 통제하여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품은 인간 존재 본연의 모습을 인식하면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미래의 어느 시대에서나 인간이 죽음을 가지고 태어난 죽음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