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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Feb 10. 2023

#5. 여행에 꼭 필요한 건 무엇인가

싱가포르 한 달 살기 기록

아이와 함께하는 한 달 살기 여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캐리어에 담아 갈 짐을 하나씩 챙기다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손이 가기 시작한다.

혼자 가는 여행이면 정말 간단하게 

배낭 하나로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그게 잘 안된다.

국내 여행은 각자 배낭 하나씩 메고 가봤지만

해외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짐이 점점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짊어진 가방의 무게가 인생의 무게라 했던가


지금 쌓여 있는 짐의 반을 덜어내야 할 것 같긴 하다.

아직은 아이의 인생을 책임지고 

아이의 짐을 나눠 들어야 하는 부모이다 보니

내 가방의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부모로서 다시금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여행에 필요한 옷, 물놀이 용품, 비상약, 비상식량을 얼추 챙겨 놓고 보니

진짜 고민이 시작되었다.

한 달 동안 유유자적하며 시간을 보낼 터인데

그때 읽을 책을 골라야 한다.


시간이 많으니 여러 권의 책을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보고 또 봐도 좋을 책 한 권만 가져가서

그 책과 함께 여행의 순간을 즐길 것인가..


당연히 후자다.


무인도, 이 책과 함께라면



무인도에 가는 건 아니지만

한글 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이라기보단 새로 사기가 번거로운) 외국을 나가는 거니

의외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어슬렁어슬렁 집안 곳곳 구석구석에 놓여있는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부터

최근까지 읽은 책들까지.

하나하나 제목들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마치 서로 자기들을 데려가달라며

여기저기서 손짓을 보내는 것 같다.


그때 나를 읽는 동안 즐겁고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았냐며..

그때 너 힘들 때 내가 큰 위로가 되지 않았냐며..

그때 우리, 깊은 겨울밤을 함께 새지 않았냐며..

그때 태교로 읽었으니 이번 여행에도 어울리지 않냐며..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주는 책들

여행 짐을 꾸리다가

불쑥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


그래서 무슨 책을 가져갈 것인가? 

6년 전에 만나서

지금까지 내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제시해 준,

고민과 사색이 필요할 때마다 함께해 준,

등대 같은 책이다.


얼마 전에 개정판이 나와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좋음!)

이번 여행에는 초판본을 들고 가려 한다.

개정판은 양장 제본이라 무선 제본으로 된 초판보다 조금 무겁고

초판은 이미 손때가 가득 묻어서 

여행지에서도 부담 없이 쉽게 꺼내어 읽고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편할 것 같아서다.


오랜 여행에 함께 할 책까지 고르고 나니

진짜 한 달 살기 여행 준비가 끝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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