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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Feb 09. 2023

#3. 싱가포르에 가려는 이유

싱가포르 한 달 살기 기록

가봤지만 가보지 못한 나라, 싱가포르


내 기억 속 싱가포르는 아시아 대륙 끝, 작은 언저리에 있는 아주 작고 작은 섬 같은 나라였다. 

싱가포르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자동차로 가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싱가포르를 말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일까. 한때 아시아의 4대 용이었던 싱가포르를 정말 별것 아닌 나라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일 때문에 자주 출장을 가게 되면서 이 작고 아름다운 보석 같은 나라를 알게 되었고, 


그 어떤 나라보다도 문화의 다양성, 종교의 다양성, 인종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존중받는 사회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회사 업무 때문에 수시로 다녀오긴 했지만 제대로 그곳을 즐기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었다.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느껴보고 싶은 나라였는데 그럴만한 시간적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러다 20년 5월에 가족 여행을 가기 위해 준비를 다 해놨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일방적으로 취소가 되어버리고 싱가포르는 그렇게 아쉬움만 더한 채 멀어져 버렸다.



마치 싱가포르는,
가봤지만 아직 제대로 가보지 못한 나라로 내게 남겨졌다.



2017년 카카오스토리에 남겨진 옅은 흔적..



워킹맘의 방학 고민 + 해외여행 욕구 + 뜻밖의 한 달 휴직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다시 맞닥뜨리는 워킹맘의 가장 큰 고민은 곧 다가올 겨울 방학이다.

봄방학도 없이 스트레이트로 1월/2월 두 달간의 겨울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막막함을 땀을 뻘뻘 흘리는 여름부터 하고 있었다. 


이때 마침 회사에서 특별 육아휴직으로 한 달을 쉴 수 있다는 제도를 접하게 되었고,

이왕이면 아이와 함께 한 달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한 달 살기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렸고,

특별 육아휴직을 쓰려면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기 전까지는 써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가능한 일정은 내년 1월 또는 2월뿐이고,

때마침 해외여행이 다시 완화가 되고 귀국 후 PCR 검사도 폐지될 것 같다는 뉴스를 듣고선  3년 가까이 저당 잡혀 있던 해외여행의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행은 시간이 허락할 때 떠나는 거야



쳇바퀴 돌듯 등 떠밀려 지내는 내게 뜻밖의 시간이 주어졌고 그 시간은 나의 한 달 살기 여행을 허락해 주었지만, 물가인상과 환율은 생각만큼 쉽게 허락을 해주지 않을 모양이다. 미국 발 금리 인상과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킹달러 여파로 싱가포르 달러도 무지막지하게 오르고 있어서 호텔 숙박비와 항공료가 역대급으로 쭉쭉 오르고 있다. 한참 싱가포르 다닐 때는 1 SGD에 700원 후반, 800원 초반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미 1,000원을 넘긴 높은 환율 앞에서 살짝 작아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주춤거리는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내 머리가 여행을 위해 들어둔 적금이 있지 않냐며 응원을 보내지만,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더 나빠질 거고 가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올 거라는 위협들 속에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장기간 여행을 훌쩍 떠날 용기를 가지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은 저울질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가야 하는 이유와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계속해서 정리해 보고

가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예산까지 가능할지 범위를 정하면서 항공권과 숙박비를 맞추고

만약 가지 않는다면 언제 갈 수 있을지를 시뮬레이션 해보기 시작했다. 


답은 너무 명확했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있었는지도....)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은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가지기 힘든 시간적 여유이고

마찬가지로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월급은 계속 들어온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러니, 갈 수 있을 때 가야 한다고.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지만 
시간은 한 번 지나가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다

                                                어떻게든 한 달 살기 가보려는 어미 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싼 동네로 한 달 살기를 가려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정말 비싸도 너무 비싼 곳이다. 

물가도 원래 비쌌는데 더 많이 올랐고, 환율도 사상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오르고 있다. 

모든 악재를 물리치고서라도 가야 하는 이유는 뭘까? 



자연과 도심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여행에도 취향이 있다. 

푸른 바다와 녹색의 자연이 어우러진 휴양지에서 편안하게 힐링하는 여행이 있고

도시를 탐방하며 곳곳을 누비며 경험하고 체험하는 여행이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개개인마다 각자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도심 여행을 추구하지만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할 때는 자연도 찾아 헤매곤 한다. 


넓고 푸른 잔디밭이 깔린 공원에서 뛰어노는 것도 좋고, 푸른 바닷속에 첨벙 뛰어 들어가 수영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 달 내내 넓고 푸른 잔디밭과 파란 바다만 보기에는 또 쉽게 지루해할 것 같은 아이의 성향도 생각했다. 가끔은 복작복작한 사람 사는 곳이 좋지만 어떨 때는 여유롭고 조용하게 지내는 것도 좋다. 


그러므로 휴양과 도시 생활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는 곳, 그리고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곳이 싱가포르라고 생각했다.


다양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문화의 다양성, 언어의 다양성, 인종의 다양성을 접해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싱가포르라고 생각했다. 이는 출장을 다니면서 정말 많이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한 번은 한국, 싱가포르, 영국, 중국, 말레이시아, 독일에서 온 사람들이 한 회의실에 앉아서 영어, 중국어, 한국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런 회의 모습은 서울에서도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언어와 인종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는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많을 것이다. 


물론 다양성하면 미국만큼 좋은 나라가 없지만 아이 입장에서 처음으로 낯선 나라에서 한 달 동안 문화를 접하고, 나와 다른 이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기에는 싱가포르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미국만큼 멀리 가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미국은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여행이라는 건 정답을 찾아 떠나는 게 아니라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깨닫는 게 목적이라 생각한다. 

한 달 살기도 기간만 좀 길뿐이지 평소보다 조금 길게 떠나는 여행이잖은가.

언제부터인가 한 달 살기가 유행이 되면서 나도 거기에 부응하는 것이긴 한데,

거창하게 여행의 목적을 메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이의 삶을 경험해 본다는 정도로 가도 되지 않을까?


결론은,

자주 갔던 나라이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나라여서 아쉬움이 컸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아이와 함께 머물기에 괜찮은 곳이라 여겨졌으며

이렇게까지 물가와 환율이 올라서 금전적인 부담을 줄줄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갈 수 있을 때 나는 가겠노라...

이 말을 하고 싶었고 이렇게 나의 여행에 대한 정당성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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