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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Feb 10. 2023

#6. 낯선 곳에서 일상 만들기

싱가포르 한 달 살기 기록

작년 9월 즈음 계획하고 준비했던 한 달 살기가 올해 1월에 시작하여 지난 일요일에 끝이 났다. 

29박 30일 동안의 싱가포르 한 달 살기는 아들과 내게 무엇을 남겼을까.. 

한 달 살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지 나흘째.. 

지난 여행 사진을 들여다보며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 시간들을 회상해 보며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싱가포르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기로 아들과 약속을 하였다.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상을 즐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늘어지는 생활은 경계하고자 최소한의 루틴은 같이 정하고 시작하였다. 


아침 산책하기

낮 수영하기

자기 전에 일기 쓰기


지금부터 블로그에 담는 글은 지난 30일 동안 매일 기록한 나의 일기를 옮겨 적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했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기에 사진뿐만 아니라 손으로 매일 일기를 썼다. 


오랜만에 손글씨로 쓰는 일기라 글씨도 엉망이고 힘들었지만 매일 일기를 쓸수록 재미가 더해져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일기를 쓰고 있다. (여행 후 내게 남겨진 가장 큰 성과는 일기 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3년 1월 8일 일요일, 하늘은 맑고 태양은 뜨겁고. 겨울에서 여름으로 시간 여행 온 기분이 드는 날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일차


아들과 함께 싱가포르에 온 지 이틀째, 제대로 된 첫 번째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서의 일상을 매일 기록하려 했는데 어젯밤 늦게 도착하여 첫날은 미처 적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이틀간의 시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전에 펜을 들어본다. 매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한,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고 잊어버리고 싶지 않기에, 작은 기억이라도 저장을 하기 위해서 일기를 쓰기로 했다. 

4년 만의 해외여행.. 비행기 타기 전은 항상 설렘이 가득하다


서울에서 싱가포르까지 비행기로 6시간 남짓 걸렸는데 아들은 조금 힘들었나 보다. 처음에는 비행기에서 영화도 보고 기내식도 먹고 잘 버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게임도 못하고 답답한 기내에 앉아만 있으려니 오죽할까 싶은 마음 들었다. 나도 오랜만에 타는 장거리 비행이라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고 3일차인 오늘까지도 몸이 뻐근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비즈니스석을 타야 하나 보다. (응? 갑자기? ㅋ)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하니 KF94 마스크를 뚫고 동남아 특유의 습한 공기가 쏴아 스며들었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 든다. 여름에 태어나 여름을 좋아한다는 아들도 덥다고 폴짝폴짝 뛰기 시작한다. (더운데 왜 뛰는 거니?)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반짝반짝 빛나는 싱가포르 야경이 우리를 반겨준다. 몇 해 전까지 출장으로 혼자 드나들었던 이곳에 아들과 함께 여행으로 다시 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래서 그런지 싱가포르가 더 반갑게 여겨지기도 한다. 남편이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아들과의 시간을 더 즐겁게 보내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긴 여정의 고단함에 금세 잠든 아들을 보며 첫날이 지나갔다. 


싱가포르에서의 두 번째 날이 자 첫 번째 아침. 한국보다 한 시간 늦은 시차 덕에 우리는 서울에서보다 한 시간 부지런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여유롭게 지내보자 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하루의 루틴은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상에 떠밀려 서울에서는 할 수 없었던 그런 루틴들.


첫 번째는 아침 산책이다. 여긴 아침 기온이 26도로 꽤 더운 편이고 한낮은 30도를 넘으니 산책을 하려면 아침이 최선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마다 숙소 근처를 가볍게 걸으며 산책하기로 했다. 마침 숙소 근처에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원인 포트 캐닝 공원이 있어서 아들과 함께 아침 걷기에 딱 좋을 것 같았다. 굳이 공원이 아니어도 숙소 근처 거리를 걷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싱가포르 예술대학, 싱가포르 경영 대학 등 신기하고 특이하고 개성 넘치는 건물들이 많아서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가봤는데 역시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산책길이었다.


늘 잠에 취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했던 이 시간에 마음껏 늦잠을 자고, 

학교 가기 바빴던 시간에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종종걸음으로 집을 나서기 급했던 그래서 하늘도 구름도 볼 여유가 없던 그 시간에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시간을 누리는 이 아침이 우리에겐 꼭 필요했다. 

물론 아들은 아침 산책에 대한 생각이 수시로 변하기 했지만 그래도 곧잘 따라주는 모습이 기특하다. 

이튿날 아침, 숙소 근처 걸어보기.



두 번째는 루틴은 수영이다. 1년 넘게 수영을 배우고 있고  물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1일 1수영도 지키기로 했다. 덕분에 물을 무서워하는 나도 이 기회를 빌어 수영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도 했다. 숙소 옥상에 큰 수영장이 있어서 해가 더운 낮 시간에 수영하기에 안성맞춤 일 것 같았다. 오늘 처음으로 수영을 했는데 역시 정말 좋았다. 수영장에 사람도 거의 없고 아들과 나뿐이라 잠시나마 코로나를 잊고 실컷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호텔 시설은 낡은 편이었지만 수영장은 나름 괜찮았던 곳.



세 번째 루틴은 일기 쓰기다. 길지 않아도 짤막하게라도 그날의 기분과 감정 그리고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특별한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감과 동시에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이 필요했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기 어려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학교 숙제로만 여겨졌던 일기 쓰기를 숙제가 아닌 편하게 나의 이야기로 쓰는 시간으로 아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기도 했다.  

한 달 살기 21일차에 다 써버린 일기장. 아들이 골라준 핑크색 여행 일기장을 다 써서 다이어리에 쓰기 시작. 생각보다 기록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이 세 가지 루틴은 최대한 지켜가며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고 

한 달이 지난 후 어떤 이야기들로 시간이 채워질지 궁금함을 지닌 채 두 번째 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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