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1월 9일, 짧게 쓴 글
아이와 걷다 보면 손은 잡고 있지만 내 몸은 아이보다 한 발짝 더 앞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 대부분이다.
아이와 함께 걸어야 하는데 보통의 어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늘 내가 앞서 걷고 있고,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날 따라오기 바쁘다. 평소에도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걸렸고 아이에게 미안했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반드시 아이의 걸음과 보폭에 맞추고자 다짐을 했고 아이와도 약속을 했다.
숙소에서 나오며 아이의 손을 맞잡고 아이의 발걸음을 응시한 뒤 나도 따라 맞춰 걷는다.
보통의 나의 걸음보다 느리고 보폭이 좁아서 어색하고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동안 내 걸음에 맞춰 걸어온 아이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느릿느릿 해지는 걸음에 온전히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걷다 보니 어느새 또 내가 앞서고 있다는 걸 깨우치게 된다. 그래도 그때마다 아이가 꽉 잡은 손을 꾹 쥐여주면서 내게 신호를 준다.
"엄마~~" 하고 나를 부르며..
걸음걸이를 맞추며 거리를 걷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앞으로 아이에게 맞춰야 할 속도는 걸음뿐만이 아니라는걸.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거쳐가야 할 모든 지점에 다다르기 위해 내 속도대로 아이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같이 따라가 줘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속도에 아이가 종종걸음으로 쫓아오다가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치게 하는 일은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걷겠노라고 다짐을 해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옳고 그름의 방향에 대해서 부모로서 조언만 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아이와 다르다면 그땐 아이를 믿고 따르고 지지해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령 잘못되거나 틀린 방향으로 가더라도 되돌아오면 그만이다. 그만큼 시간과 수고로움이 더 필요하겠지만 그러면서 아이는 성장할 것이다.
아이와 걸음을 맞춰 걷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이를 뛰어넘는 삶과 아이 앞에 놓일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엄마로서 잘 할 수 있도록 나와 약속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