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울림을 주는 문장
온책읽기는 '책을 온전하게 갖춘 형태로 읽는다', '작품을 온전한 갖춘 형태로 읽는다'란 뜻으로 분절적인 형태로 쪼개져서 읽는 국어 교과서가 아닌 작품 전체를 온전히 읽고 감상한다는 의미이다.
한 부분이 아닌 책 전체를 천천히 읽으며 깊이 있는 내용을 탐구하는 방법이 이제는 교실에 정착한 지 오래다. 온책읽기를 초반에 도입할 때만 해도 프로젝트의 의미를 살리고 좋은 책을 음미하고 소장하는 기쁨을 학생들도 느낄 수 있도록 자신만의 책을 준비해 오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왜 책을 학생 보고 사 오라고 하냐'의 항의나 계속 준비가 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요즘에는 학교 예산으로 구입하여 학년이 돌려가며 읽는 편이다. 물론 지역, 학교, 학급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올해도 좋은 책과 맡은 학년이나 교과를 어떻게 연계시킬지 고민하며 도서관을 두루두루 살핀다. 동학년 선생님의 추천으로 '기소영의 친구들'을 함께 읽기로 하였다. 2022년 10월에 나온 아주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예스24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같은 반 친구이자 가장 친한 그룹의 한 친구인 ‘기소영’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도, 선생님도 그렇게 말해 주었다. 하지만 채린이는 혼란스럽다. 왜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친한 사이가 아니었던 걸까? 소영이는 나에게 어떤 친구였지? 소영이 사물함 속 물건도, 게시판에 붙었던 그림도, 소영이의 이름을 부르는 아이들도 점점 사라져 가지만 ‘기소영 그룹’의 네 친구들이게 소영이의 빈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채린이와 친구들은 이제라도 소영이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전하기로 한다. 누군가와 영영 헤어지는 좋은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학급 친구의 사망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진짜 있을 법한 장면과 감정이 눈에 그려졌다. 또한 아이들의 책에서 죽음이 전면에 배치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도 새로웠다. 아마 등장인물과 같은 또래인 6학년 아이들을 현재 가르치고 있어서 그들의 감정에 더 이입이 되었을지 모른다. 학교나 선생님의 태도 또한 어떤 상황에서 빚어진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아이들과 책을 살펴보기 전 어떤 이야기인지 슬쩍 살펴보겠다며 첫 장을 넘겼던 책을 기어이 한 번에 다 읽었다. 고작 11페이지쯤 읽었을 때였다. 나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문장에 마음을 빼앗겨 책 속으로 빠져 들었다.
원래 나 같으면 혼자 고민하지 않고, 소영이에게 문자라도 보내 당장 물어봤을 거다.
'야, 기소영. 우리 절친이니, 아니니?'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앞으로도, 다시는.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눈을 감아 버렸다.
-기소영의 친구들 중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문장이, 내가 엄마의 '죽음'을 맞이하며 느꼈던 감정의 한 부분과 맞닿아 있었다. 엄마의 장례를 치를 때였다. 한달음에 달려온 친구에게 '엄마한테 이 슬픈 소식을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싶은데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어.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라며 통곡했던 십 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아이들과 읽어도 이 부분을 기억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게는 이 부분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만큼 강력한 울림이 있었다. 애써 묻어둔 그날을 끄집어낼 만큼.
같은 책을 읽어도 모두 각자의 문장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지나쳤을 한 문장에 다른 사람은 눈길을 멈출 것이다. 쉽지는 않은 이 책을 아이들과 어떻게 나누고 공감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출처: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