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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May 20. 2023

작가님, 꼭 뵙고 싶습니다.

작가님 소환 대작전

"선생님, 지난번에 말씀드린 작가님이 시간이 안되신다는데 혹시 다른 분 추천해 주실 분 있으세요?"


학교 일과가 정리될 때쯤 학년 부장님의 메시지가 떴다. 작년에 3학년 아이들과 만남을 가졌던 고정욱 작가님을 추천해 볼까 하는 찰나에, 몬스터차일드의 이재문 작가, 꼴뚜기의 진형민 작가, 5번 레인의 은소홀 작가가 이야기에 소환된다. 추천 책 목록에 자주 나오는 책이지만 공교롭게도 안 읽은 책이 보인다. 이미 들어봄직한 다른 작가님들께 문의해 봤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아 학년부장님이 며칠 째 고생 중이시다.




올해 일정 중 딱 하루만 비어있다는 작가님도 있고, 현직 교사 셔서 평일이 어렵다는 작가님도 있다. 제일 부럽다. 많은 작가님들이 요즘 엔데믹이 되어 독자와 만나는 기회가 많은지 섭외가 쉽지 않다. 아무리 유튜브나 영상으로 작가를 만날 수 있어도 실제로 뵙는 감동의 크기는 차이가 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는 동학년 선생님께 진심은 담았지만 농담처럼 말했다.

"제가 10년 안에 멋진 책을 써서 선생님들이 부르시면 바로 갈게요."

"꼭 그래주세요."

'저도 진짜 그러고 싶어요.'


일단 5번 레인 작가님께 연락을 해보신다는 부장님의 말에 3월부터 눈길이 갔던 책을 집어 들었다. 맨날 힘들다 하지만 역대급이었던 이번 주를 살아낸 내게 주는 선물이었다. 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읽으리라. 더웠던 요즘 파란 수영장의 배경을 보니 시기도 적절하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출처: 예스 24 



나루는 자신을 위해 굳이 창피한 비밀을 털어놓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5번 레인 중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담고, 작가님에 감탄한 문장이 여럿 있었다. 이 문장과 비교도 안될 만큼 멋진 문장이 많았다. 그러나 이 문장은 진짜 아이들 다운 느낌이 들어 좋았다. 교실 속 우리 반 아이들 같았다. 고민이 있거나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될, 창피한 비밀을 굳이 꺼내어 위로하는 아이들 말이다.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멋진 말을 건네거나 등을 토닥여주는 것을 못하는, 그저 옆에 있어줄 줄만 아는 뚝딱이 같은 나이기도 했다. 스스로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나루 자신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바로 세워준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대수롭지 않은 척 하지만 마음과 위로는 절대 가볍지 않았을 그들의 위로 방식이었다.







책을 다 읽고 현실로 돌아오니 올해 도대체 어떤 작가님과 학교에서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내가 읽은 책의 작가님은 그 누구라도 좋을 것이다. 그럼 사심 가득 담아 책을 들고 아이들 꽁무니에 줄을 서서 떨리는 마음으로 사인을 받을 것이다.  



p.s-작가님, 제발 학교에서 뵙고 싶습니다. 꼭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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