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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May 11. 2023

욕심은 금물

한 모임에서 '뉴스읽기 뉴스일기'라는 공모전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30편의 뉴스를 읽고 일기를 쓰면 공모전에 응모도 할 수 있고 상금도 있다는 것이다.


매년 글쓰기 지도를 하지만 올해는 6학년의 마음에 말랑말랑함을 심어주고 싶어 감사일기를 계획한 터였다. 사춘기로 짜증 나고 요동치는 마음에 감사함을 얹는다면 1년의 생활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다 뉴스일기를 보니 감사일기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마음이 동했다.



아이들에게 1년 동안 뉴스일기를 쓸거라 하니 예상했던 바와 같이 울상이다.

"꼭 해야 해요?"

"응. 1년 동안 글쓰기를 할 건데 일기라고 생각해도 돼. 어려울 것 없어. 선생님이 잘 가르쳐 줄게."

아무리 말해도 요지부동이다. 하긴 선생님이 시키는 것은 재미가 없어 보이겠지. 그래도 이런 반응에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시 힘을 내어 아이들을 꼬셔본다.

"선생님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우리 공모전에 참가도 할 거야."

"공모전이 뭐예요?"

"대회 같은 거야."

"상금도 줘요?"

"주지."

"얼마요?"

역시 호락호락한 녀석들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걸려든 낌새다. 재빨리 사이트를 찾아 공모요강을 훑어보고, 상금이 보이는 화면을 최대로 확대해서 보여준다. 계산하기 귀찮은데 어렵게 쓰여있다.

"1500만 원이에요?"

"아니. 단위가 천 원이잖아. 얼마일까?"

"150만 원!!"


1등이 되면 무려 150만 원이라는 말에 목소리 큰 녀석들은 당장 시작하려는 모습이다.

K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1등 된 사람은 우리 반 전체한테 만원씩 나눠주는 거 어때?"

"..."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건지, 상을 받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건지, 나눠 주기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냉담한 반응에 민망할 것 같아 내가 재빨리 대답한다.

"꼭 이렇게 말한 사람들이 당첨되던데. K가 1등 되면 만원씩 나눠줄 거지?"

"당연하죠. 선생님은 3만 원 드릴게요."

"고... 다. 얘들아 들었지? 선생님은 3만 원이다."


이렇게 첫 번째 시작을 하고, 4번째쯤 되었을까?

공모전 날짜에 맞추려니 아침활동으로 일주일에 2,3편씩은 써야해서 나도 아이들도 부담이다.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밀고 당겼는데 서로의 글을 나눌 시간도 없다 보니 누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깊게 보지도 못다.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까 싶다. 동기유발이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공모전까지 응모하려 했지만 생각 외로 6학년 수업이 빠듯하여 교과 외의 활동을 위한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쉬는 시간에도 학원 숙제를 하느라 놀이를 포기 아이도 있으니 숙제로 내주기는 가혹하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경험을 주려한 목표를 생각하며 계획을 수정했다. 아이들과 주 1회 뉴스일기를 쓰고,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 갖기로 말이다.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도 나도 조급증이 사라지고 한결 편하게 활동을 한다.


뉴스일기를 보다가 한 아이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의 교과서와 독도에 대한 기사를 읽고 쓴 글인데 내용을 보면 화가 단단히 났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화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강직하고 반듯한 글자와 평소에 조용한 그의 얼굴이 내용과 대조되며 괜히 웃음이 났다. 이렇게 선비같이 대쪽 같은 '화'라니.



뉴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록 공모전 참가는 멀어져 가고 있지만 내용은 깊어져간다. 아이들처럼 상금에 혹하여 밀어붙인 어리석은 어른이었음을 오늘도 반성하며 다음 뉴스를 찾아본다.


'어떤 기사를 찾아야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려나. '

나는 오늘도 유용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찾아다니는 한 마리의 하이에나 된다.



출처: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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