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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May 25. 2023

13세의 당당함

어릴 적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 전

“너 혈액형 뭐야?”

“나 A형. 나도 A형이니까 같이 먹어도 돼.”

O형은 불리했다. 너도 나도 O형 꺼는 다 먹어도 된다며 한입씩 베어 물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팩트 체크는 하지 않아도 됐다. 의심할 여지없이 마음속 100% 진실이었으니 말이다.


어릴 적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어도 되는지를 결정하던 혈액형은 크고 나서는 나와 타인의 특징을 구분 짓는 잣대가 되었다.

혈액형의 빈틈은 12 간지의 띠와 서양의 별자리까지 가져와서 채우곤 했다. 그러다 요즘은 MBTI가 이 바닥을 완전히 장악했다.      


올해 만난 6학년 아이들은 개학날 자기소개 칸에 MBTI를 적었다. 이름, 성격, 좋아하는 음식, 장래 희망을 적을 줄만 알았던 내게 꽤 충격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한 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를 백분 활용하였다. 자료를 조사하여 그래프를 그리는 수업에서도 ‘우리 반 친구들의 MBTI’를 주제로 삼았다. 물론 진로지도를 할 때 자기 이해력이 높아야 하기에 수업시간에 MBTI를 활용하기도 한다.


“선생님, 전 E라서 관종이에요.”

한 아이는 초록색 외계인 선글라스(게다가 한쪽 렌즈는 빠진)를 끼고 복도를 활보하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 아이 말고도 E가 많아서인지 우리 반은 밝고, 밝고......... 또 밝다.




기사 출처: 혈액형 대체한 MBTI…"타인을 이해하는 도구죠" (oheadline.com) 



자신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어서 MBTI는 필요치 않다는 우리 반 조용한 여학생의 글에서 당당함과 멋짐이 폭발한다. 푹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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