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6년 + 선생님 16년.
쓰기만 해 놓고 발행하지 못하고 서랍 속에 있었던 글을 이제야 꺼내본다.
작년에 썼을 때는 숫자도 16, 16으로 딱 맞아떨어졌는데 이제는 1년이 더해져 선생님으로 학교에 더 많이 있게 되었다. 수정하자면 16+17로 33년 차 프로 등교러이지만 작년에 쓴 글을 그대로 싣기 위해 그냥 두려고 한다.
헤아려본 적 없던 숫자를 보니 적잖이 당황스럽다.
학교라는 건물 속에서 32년을 살아왔다니. 학생으로 16년, 선생님으로 16년. 태어나서 국민학교 입학 전까지와 육아휴직 6개월을 제외하고는 떠나본 적 없는 곳이라니. 징글징글하다.
그래서일까 부쩍 학교 가기 싫어란 말을 달고 산다.
박카스 CF에서처럼
'가야지, 네가 선생님인데.'라는 이유로 꾸역꾸역 등교 중이다.
언제부터 출근, 등교가 힘들었을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살금살금 들어온 마음이었을까.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아 첫 등교를 했을 때를 떠올려 본다. 갑자기 일주일 후부터 1호선 끝자락에 있는 초등학교로 출근을 하라고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지하철을 타는 것으로만 1시간 3분이 걸리는 곳. 지하철을 타러 버스로 30분을 가고, 내려서 20분을 걸어야 하니 넉넉잡고 5시에는 기상해야 한다.
그래도 기뻤다. 어릴 적 꿈꿨던 선생님이란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두근거렸다. 귀여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음에. 떨리는 마음으로 첫 등교를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싸이월드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하루살이다.
하루만 살고 죽는 하루살이. 다른 직종의 신입 직원도 그러했을 터 즐거움보다는 좌충우돌하며 무언가를 겨우 해내는 시간이었다. 힘들었지만 학교 가기 싫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열렬히 학교 가기 싫다. 이 세상에 안 힘든 직업이 어딨냐며 나를 달래 보지만 역부족이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고, 미래의 꿈인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일이니 쉽지 않다고들 하지만 요즘의 현실은 정말 녹록지 않다. 우리끼리는 이런 말이 있다. 퇴직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님(학생, 학부모)이 정해주는 것이다. 이 직업을 사랑하여 정년까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퇴직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사로서 무기력한 상황이 반복되고, 숨만 쉬어도 욕먹는 사람이 될 때마다 하염없이 작아지는 기분이다. 지금의 마음을 마주하기 힘들어 왜 그럴까 분석을 해본다. 그러다 학교에 너무 오래 다녀서 그런가 봐 하고 대수롭지 않은 이유를 찾아내고서는 안도를 해 본다.
심각한 진짜 이유는 묻어두고 "에이, 나 학교를 너무 오래 다녀서 이랬네. 별거 아니었네."하고 웃어넘기고는 학교에 다시 잘 등교하길 바라는 마음이리라. 오래 만난 연인이 너무 사랑하지만 권태기가 잠깐 왔을 때처럼 학교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너무 오래 만나서 소중함을 잠시 잊은 것이라 생각해 보련다. 그럼 언젠가 다시 사랑이 샘솟아 매일 가고 싶은 곳이 되지 않을까. 그날을 기다리며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글 쓰다 알았다. 나 학교 좋아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