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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Aug 11. 2023

여기까지 와서 이럴 일이야?

프로시작러 이번엔 골프입니다만.



작년 표선 여행과 다른 점이 확연하게 있다면 '골프'다. 작년에는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라산을 보며 테니스를 치겠다는 일념으로 테니스 새싹임에도 테니스채를 짊어지고 제주도에 내려왔다. 일명 테니스 전지훈련이라고 칭하기도 하면서. 그런데 올해는 테니스는 쏙 들어가고 새로운 운동을 하러 왔다. 골프.


https://brunch.co.kr/@happy1sj222/7



테니스를 같이 배우던 가족이 골프로 전향하며 끈질긴 설득을 했다. 왠지 골프는 배우기에도 흥이 안 나고 배워놔도 뒷감당(골프채 구입, 필드 경비 등)이 안 될 것 같아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워낙 친한 가족이 몇 달 동안 추천을 하니 배워는 놓겠다며 시작한 것이 한 2개월 정도 되었다. 배울수록 수렁에 빠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세계를 건너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주변에서 벌써 골프 치자고 난리다.


"아직 아이언 배우고 있는데? 레슨 5번 받았는데? 드라이버는 어떻게 치는지도 모르는데? 골프채도 없는데?"

이런 말들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원래 필드 나가야 재미가 생기는 거야. 아니면 스크린 골프라도. 그래 한 달만 더 배우고 나가자. 진짜 재미가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상대방을 보면 골프를 안 좋아하는 내가 이상한가 싶을 정도다.

프로 시작러로서 웬만한 것은 흥미가 생기는데 골프는 안 그런 거 보면 나도 내가 이상하다.


이랬던 나와 남편이 어제 장 보러 가다 본 스크린 골프장 개업 표시에 눈이 돌아갔다.


"우리 여기서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연습한다 치고 스크린 골프 쳐볼까?"

"그래. 필드 나가기 전에 창피하니까 연습 좀 하자."

"00 이는 옆에서 책 보면 되겠다."


중간에 합류하는 지인과 경험 삼아 9홀 골프장을 가기로 한 터라 골프장갑과 골프화를 챙겨 왔다. 급하게 레슨 프로님께 드라이버만 얼른 가르쳐 달라 해서 2번 배우고 왔으나 실력은 보나 마나다. 골프 연습만 갔다 오면 화가 많이 나있거나 풀이 죽어 들어오는 부모를 보며 골프를 왜 배우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딸도 실내 골프장에 가서는 책도 보고, 가끔 핸드폰도 봐도 된다 하니 기쁜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그렇게 18홀을 2시간 넘게 치고서는 다시 풀이 죽어 골프장을 나선다. 부부의 마음과는 달리 날씨는 태풍 영향권을 벗어나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쾌청하다. 혹시나 내일은 조금 더 잘 치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사장님께 말씀드린다.


"사장님, 내일 10시에 2명 예약될까요?"

"네. 예약되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또다시 제주도까지 와서 집 앞에도 널린 스크린 골프를 칠 일이냐 하겠지만 골프 전지훈련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작년 테니스 전지훈련에 이은 골프 전지훈련. 이 얼마나 알찬 계획인가. 게다가 여행지 입장권도 10000원은 하는데 2시간에 15000원 주고 시원한 곳에서 운동도 하고 얼마나 좋냐며 정신승리를 해본다.



여기 와서 이럴 일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굳이 제주도에서 스크린 골프를 며칠 동안 치는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골프를 좋아하게 되면 골프의 열정으로 둔갑시키면 되고, 골프를 접게 되더라도 한 때의 열정으로 포장하면 되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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