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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04. 2023
그럼에도 뉴스 일기.
"선생님, 뉴스 일기 결과 나왔어요?"
"아니. 원래 7일인데 일주일 후로 연기됐대."
"아. 그렇구나."
"왜? 기대돼?"
"그냥요."
다른 아이들은 이미 까먹었는데 한 아이는 잊지 않고 있다. 엄청 기다린 눈치는 아니지만 이때쯤인걸 기억한 모양이다. 기대했을까 봐 마음이 쓰인다. 1학기에 열심히 썼지만 일주일에 한편으로는 30편을 충족하지 못한 터라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으로 참가했다. 입상의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개인전으로 나갔어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을 씨름하듯 써온 뉴스 일기의 결과를 기다리며 2학기를 준비한다. 뉴스일기는 놓지 않고 싶어 이리저리 고민하며 방식을 약간 바꿔본다. 6학년 2학기 사회가 [세계 여러 나라]로 시작하는 만큼 뉴스의 주제를 '국제'로 정했다.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다양한 조사 학습을 뉴스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끼리 하는 글쓰기라 정해진 양식도 없으니 공책에 적으면 된다. 뉴스도 학생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기로 했다. 그래도 뉴스를 찾다가 시간만 흘려보내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 '뉴닉'(https://newneek.co/)
이라는 사이트로 한정지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아이들이 뉴스를 통해 알아본 각 나라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패들렛-지도에 기록하기로 교육과정을 구상해 놓으니 겨울철 땔감을 미리 준비해 놓은 것 마냥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러다 복병이 나타났으니!
바로 공모전 결과 발표다. 어릴 적 읽던 그림책처럼 '선생님과 학생들이 뉴스 일기를 쓰며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결국 1등을 했어요.'라고 행복한 결말로 끝나면 좋으련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결과는 낙선.
아이들에게 알려는 줘야 할 텐데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다.
"얘들아. 아!........... 아니다."
라며 두어 번 간을 봤지만 오늘은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다. 계획했던 뉴스 일기를 이제는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 뭐라고 말하지.'
아직 세상의 한기를 겪어보지 못한 아이들이 실망할까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서는 대수롭지 않은 척 말을 꺼낸다.
"얘들아. 우리 뉴스 일기 썼던 거 결과 발표 났는데 수상을 못했네. 열심히 썼는데 단체전이어서 벽이 많이 높았던 것 같아. 그래도 이 기회로 너희가 사회에 관심도 가지고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어? "
"조금 관심은 생겼어요............ 그런데 우리 학교에 상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우리 학교? 우리 학교에서는 우리 밖에 안 했을걸?"
"아. 그래요?"
아이들도 예상했던 결과였는지, 아닌 척하는 건지 내 우려보다는 가볍게 넘어간다. 그렇다면 2단계 돌입이다. 숨겨진 목적을 말해도 되는 타이밍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오늘부터 뉴스 일기 다시 시작할 거야."
"아~~~~~~~~~~~~~~선생님."
가끔은 아이들의 이런 발악과 같은 저항이 귀엽다.
"선생님이 말했지. 너희 글쓰기, 독서논술, 토론 이런 학원 안 다니고 뉴스 일기만 열심히 해도 돼. 선생님이랑 열심히 하면 부모님이 학원 안 다녀도 된다고 하실걸? 너희는 학원 갈 시간에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니까."
"아. 그래도 하기 싫어요."
"너희 지금은 이래도 나중에 중, 고등학교 가서 너희 스스로 독서 동아리, 시사 동아리 만든다!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 가려고? 믿기지 않지? 그리고 선생님이 2학기는 더 재밌게 할 거야."
덧붙여서 며칠을 고심한 뉴스일기 2학기 버전을 술술 설명한다. 역시 패들렛 지도에 아이들이 솔깃한 모양이다. 1학기 때는 공모전 상금으로 아이들을 홀렸는데, 이번에는 지도다. 별것도 아닌 것에 넘어온 아이들이 또다시 귀엽다. 아이들도 말로는 싫다 하면서도 이미 습관이 되었는지 쓱쓱 써나간다. 100%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열심히 하니 기특하다.
컴퓨터 화면에 아이들이 올리는 뉴스 일기가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2학기의 사회와 뉴스일기가 콜라보되어 금쪽이네반 한정 컬렉션이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