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자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인생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다.
반복되는 일상에 안정감을 느끼고,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에 설레기도 한다.
전에는 익숙한 일상이 단조롭게만 느꼈는데, 어느 책에서 '일상의 지겨움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심심하다고 우는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없다'는 내용을 보고 난 이후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익숙한 일상이 지루하다 느낄 때면 이 문장이 떠올랐고, 이것을 묵묵히 겪어내는 것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전보다 불안하지 않다. 더욱이 코로나를 겪으며 당연하다고 느꼈던 일상이, 절대 당연하지 않았다고 실감하는 요즘이다.
평범한 일상에 새로움, 낯선 경험은 활력이 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생을 걸어온 사람을 만날 때, 새로운 음식을 맛볼 때, 처음 보는 자연을 눈에 담을 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전에 보지 못한 관점에 머리를 탁 맞은 듯한 느낌에, 평소 입어보지 않은 새로운 옷을 시도해볼 때 등 평범할 것 같던 일상에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많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삶이 풍성해진다고 생각한다.
연말, 정확히는 12월 31일이 되면 나는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나만의 전통이랄까?
이 의식은 익숙함과 새로움 그 중간 어느 선에 있다. 해온 지 몇 년 되지 않았고, 1년에 한 번 뿐이기에 아직은 익숙한 일상은 아니지만, 긴 인생을 두고 보면 지금처럼 새롭거나 설레는 순간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일의 특성상 고객사, 협력업체, 유관부서에 메일로 업무를 정리하는 부분이 많다. 다정히 수신인의 이름을 부르고, 정성을 들여 본문을 작성하고, 감사함을 잊지 않는 끝인사로 마무리한다. 더욱이 공을 들인 메일은 보낸 메일함을 다시 열어 보며 뿌듯해하는 나다. 평소와 같이 보낸 메일함을 열어보던 중 문득 나 자신에게는 왜 한 번도 진심 어린 메일을 써보지 못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수련회에 가서 몇 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는 해봤지만 자발적으로 나 자신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있던가? 그래서 한 해를 되짚어보는 의미에서 12월 31일이면 나는 나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나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니, 그 해를 오롯이 잘 매듭지을 수 있었다. 뭔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12월 31일을 소중히 보낼 수 있었다. 이메일은 손편지처럼 아날로그적인 느낌은 없지만 어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한 해, 한 해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쌓여가는 것도 좋았다.
익숙함과 새로움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한, 연말이면 나 자신에게 편지 쓰기와 같은 나만의 전통을 더 만들어 가고 싶다.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차근차근 찾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