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인지하는 삶
정말 다행스럽게도 암은 초기로 나왔습니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지금은 타목시펜을 복용 중입니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 한참을 무서워할 때였습니다. 내가 죽을까 봐 무서웠습니다. 그렇데 생각을 해보니 나는 어차피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을 잊고 살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아픈 사람이든지 건강한 사람이든지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매일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작아졌습니다. ‘죽음’은 자연의 이치이며 순리일 뿐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거의 매일 ‘나는 죽는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때문에 나의 삶은 유한하므로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더 이상 저에게 ‘죽음’은 공포가 아닙니다. ‘죽음’은 지금 이 순간을, 오늘을 즐겨야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인지하는 삶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매일매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간절히 살지는 않지만, ‘나는 죽는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게 되니 하루가 정말 짧아졌습니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그날이 그날 같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삶의 많은 부분이 변했고, 조금 더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삶의 변화 매개체라는 말은 사실입니다. 저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 전과 후가 달라짐을 느낍니다. 가장 큰 변화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며 많은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꿈도 꾸고 있습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변화입니다.
이것은 저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의 저자 고명환 님 역시 교통사고로 인해 죽음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삶 역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고명환 님도 죽음을 인지하는 삶을 살기 전에는 끌려다니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매일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책도 쓰고, 강의도 하고, 사업도 하며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가끔씩 유튜브로 고명환 님을 볼 때면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죽음을 인지하는 삶은 암이 준 첫 번째 선물이었습니다. 이것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의 제 삶은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변하게 된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에도 감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크게 화낼 일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용기도 조금 더 생긴 듯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조금 더 감사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삶을 살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매일을 살다 보면 언젠가는 아주 올라르게 사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나를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내로서만 의 삶이 아닌,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나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며 배워가며 그렇게 삽니다.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 같습니다.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렇게 저에게 성찰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엄청나게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조금 이른 나이에 암에 걸린 것이 억울했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세상은 크게 좋은 것도, 크게 나쁜 것도 없다는 것 또한 배웠습니다.
내가 언제 죽든지 오늘도 잘 살아보겠노라고 다짐을 합니다. 그렇게 매일 다짐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