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성 Dec 20. 2023

죽음의 공포를 이기는 방법

글쓰기가 주는 힘

 암 확진을 받은 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암 환자가 되자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냥 죽기는 싫었나 봅니다.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제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암에 걸리고 글쓰기에 푹 빠졌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루 종일 글을 썼습니다. 봇물이 터진 것처럼 쓸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글쓰기가 이렇게 재밌는 것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 아들이 게임에 빠진 것처럼 저는 글쓰기에 빠졌습니다. 



 쓸 말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수다쟁이인 줄은 저도 몰랐었습니다. 글을 쓰며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좋았고,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또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친구들과의 수다에서는 결코 하지 못하는 무거운 주제들의 내용도 글로 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를 쏟아내며 행복해했습니다. 



 어느 순간 내가 행복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암 환자가 수술에 대한 걱정보다 글쓰기를 하며 행복해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글쓰기로 '자기 해방'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 저는 글쓰기의 힘을 경험을 했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은 글쓰기의 힘이 ‘자기 해방’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작가님이 말씀하신 '자기 해방'은 글을 씀으로써 내면의 어려움을 직면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의 깊은 내면을 표현함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나의 깊숙한 내면을 표현함으로써 '자기 해방'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제가 암에 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에 대한 글도 썼습니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던 ‘죽음’이라는 단어를 글쓰기에서는 허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 못 했던 두려움을 글로 쓰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조금은 작아졌습니다. 

 


 작가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글을 쓴다고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한 나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엘르 편집장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디자이너와 패션모델 사이에서 왕처럼 살았던 엘르 편집장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3주 후 깨어났을 땐 왼쪽 눈꺼풀만 깜박일 수 있었습니다. 엘르 편집장은 왼쪽 눈꺼풀로 15개월간 20만 번 이상 깜박이며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잠수종과 나비>입니다. (잠수종은 물속에서 사용하는 기구입니다. <잠수종과 나비>에서 잠수종은 신체를 이야기하고 죽음으로써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엘르 편집장은 죽기 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습니다.



 나치 치하에 아우슈비츠에 들어갔던 심리학자도 감옥 안에서 글을 썼습니다.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참혹한 억압을 겪은 사람들도 아무것도 할 게 없을 때는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인간적 존엄을 확보해 준 것입니다. 



 이런 무거운 이유로만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글쓰기는 재밌습니다. 글쓰기로 나의 관점들이 변하고, 나의 생활이 변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는 그냥 좋습니다. 글쓰기는 매일 나를 새롭게 만듭니다. 매일이 새롭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저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내면의 고통을 직면하기 위함이었는지, 최후의 자유를 원함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축복을 즐기렵니다. 



 오늘도 글쓰기로 자유를 느껴 봅니다. 

이전 05화 결국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